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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표 거래소인 빗썸이 고객계좌 개설을 위한 은행권과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경제학계의 거두’인 폴 크루그먼 교수까지 암호화폐에 독설을 퍼부으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8월 첫 거래일인 1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5.8% 이상 하락하며 860만원대로 추락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5% 이상 하락하며 773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더리움도 5% 이상 하락하며 48만원대로 주저 앉았고 비트코인 캐시와 이오스, 에이다 등이 하락 중이고 특히 대시는 10% 이상 급락하고 있다.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차익매물과 결합해 시장 하락세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농협과의 계약기간 만료로, 8월1일부터 신규 회원 모집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빗썸은 올초 신한은행과도 재계약에 실패한데 이어 농협과도 계약이 원활치 않을 경우 신규투자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높은 거래비용과 암호화폐들간의 연계성 부족을 이유로 들며 암호화폐 가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칼럼에서 돈의 역사를 보면 금(金)과 은(銀)으로부터 법정화폐, 신용카드와 기타 디지털 결제 방식까지 매우 더디게 변화돼 왔는데, 이런 변화의 촉매는 보다 저렴하게 무엇인가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비용이 수반되는 암호화폐는 장점이 없다는 것.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기로 시작됐지만 전통적인 중앙은행들은 법정화폐 사용자들에게 저렴하고도 결함없는 거래를 제공하고 있고 구매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맡은 바 소임을 꽤 잘 해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왜 암호화폐를 사용하길 원하는가? 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이 문제들을 생각해볼 때 암호화폐는 300년 된 현재의 통화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바꿀 만큼 분명한 답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300년간 진화돼 온 통화시스템을 퇴행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모바일 이더리움 월렛 스타트업인 트러스트 월렛(Trust Wallet)을 인수했다.
이날 바이낸스는 독자적으로 모바일 전자 월렛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트러스트 월렛을 인수했다. 트러스트 월렛 입장에서도 바이낸스가 확보하고 있는 방대한 고객 기반과 현재 추진 중인 분산화된 거래소 등과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수 이후에도 바이낸스는 트러스트 월렛의 기존 경영진과 개발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이어가도록 했다. 트러스트 월렛의 모바일 이더리움 월렛은 최대 2만종 이상의 암호화 자산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장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월렛은 암호경제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인터페이스가 되며 안전하면서도 사용하기 쉬운 월렛을 만드는 일은 암호화폐 적용이 확산되도록 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러스트 월렛이 독립적인 브랜드와 상품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앞으로 보다 타이트한 통합과 협업을 통해 탈중앙화한 거래소인 바이낸스 체인과도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