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양화대교에서 만난 시민 조모(38)씨는 대교를 건널 때마다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조씨는 “아이랑 양화대교를 종종 걸어서 지나가는데 자전거에 내려서 끌고 가는 사람보다 그대로 타고 가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아이랑 걸을 때면 자전거랑 또 사고 날까 봐 항상 겁난다”고 털어놨다.
불법 자전거 탑승에 한강교량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찾은 양화대교를 비롯한 한강교량 대부분은 자전거 탑승 금지 구역이지만 자전거 운전자들이 이렇듯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행자와 탑승자가 좁은 길목에서 뒤엉키며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전거 운전자들은 이곳이 탑승 금지 구역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좁은 길에서 추돌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탑승 금지 교량에선 안내판을 의무로 설치하고 탑승 금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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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기준 서울시는 한강 북단과 남단을 잇는 27곳의 보행 가능 대교 중 5곳(잠실철교·한강대교·반포대교·마포대교·광진교)을 자전거를 이용해 건널 수 있는 다리로 지정하고 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분류되기 때문에 탑승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교량을 건널 때면 차도 갓길로 달리거나 내려서 끌고 가는 게 원칙이다. 즉, 자전거 운전이 허용된 5곳을 제외한 나머지 교량에선 자전거 탑승이 불법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지난 5일 자전거 탑승이 금지된 올림픽대교를 건너는 자전거 탑승객 20명 중 내려서 끌고 가는 사람은 1시간 동안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통행로가 좁은 한강교량에서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다닐 때마다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올림픽대교에서 만난 시민 강민정(42)씨는 “여기는 두 명만 나란히 서도 꽉 찰 정도로 좁은데다가 펜스도 가슴 높이까지라 자전거가 지나다닐 때마다 부딪혀 빠지진 않을까 늘 불안하다”며 “자전거에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는 안내판이 부실한데 눈에 띄게 명확하게 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 탓에 자전거 탑승자들은 한강교량 위에서 탑승이 금지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3년째 자전거로 올림픽대교를 건너 출퇴근 중이라는 황선호(33)씨는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곳인데 자전거 탑승 금지인지는 몰랐다”며 “탑승 금지 안내판을 이제야 봤는데 평소엔 있는지 몰랐을 정도로 눈에 안 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탑승자 박모(51)씨는 “그간 한강다리를 건널 때 자전거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금지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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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자전거 대 사람’ 사고 유형(횡단 중·차도 통행 중·가장자리 통행 중·보도 통행 중) 가운데 ‘보도 통행 중’에 일어난 사고가 가장 많았다. 자전거 교통사고 또한 10년 넘게 매년 1만 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는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 시 큰 부상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탑승 금지 교량에선 안내판을 의무 설치하고 틈틈이 교육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펜스가 성인 키보다 낮은 올림픽대교 같은 경우는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힐 경우 자칫 옆으로 떨어지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눈에 띄는 안내판을 설치해 탑승 금지 사실을 강력하게 인지시켜 주는 동시에 자전거 탑승객 대상으로도 교육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 교량시설물 관리팀은 “예산이 부족해 탑승 금지 안내판에 관해선 관리가 잘 안 되는 다리가 있는 걸로 인지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벗겨진 페인트와 노후한 안내판을 보수해 눈에 잘 띄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