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고려아연과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영풍정밀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며 이번 분쟁의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주가가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공개 매수 가격을 훌쩍 넘어서고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까지 등장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조지수 기자) |
|
2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고려아연(010130)은 지난 20일 73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 매수를 공시한 뒤 3거래일간 32.19% 오른 결과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 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 11.4% 높은 가격이다. 20일 장중엔 75만 3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주가 오름세는 개인 투자자 간 잦은 손바뀜으로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개 매수 개시 이후 3거래일 동안 고려아연 거래량은 298만 3086주로 집계됐는데, 이중 개인 거래량은 173만 5462주로 전체 거래량의 58.2%를 차지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량은 각각 64만 174주(21.5%)와 55만 3661주(18.6%)에 그쳤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는 이른바 ‘투기성 거래’ 양상까지 관찰된다. 엠피닥터 집계 결과 고려아연의 신용융자잔고는 공개 매수 시작 전인 12일(매매일 기준) 229억 5600만원이었으나 13일엔 424억 8100만원으로 85.05%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을 말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공개매수가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매수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 매수 당시에도 공개 매수가 인상을 부인하다가 열흘 만에 가격을 20% 인상했다. 공개 매수 종료일 10일 전까지 공개 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만큼 오는 24일 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반주주 중 최소 6.98%가 공개 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시 공개 매수가 무산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개 매수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과 공개 매수가 상향 여부, 최 회장의 대응 전략 등에 따라 고려아연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036560)을 둘러싼 변동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영풍정밀도 지난 20일 2만550원에 마감하며 공개매수가 2만원을 넘어섰다. 13일 이후 119.32% 올랐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 또는 고려아연 측엔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할 시)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상대 측으로부터 가져오는 셈으로, 약 3.7%의 지분 격차를 점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분 취득이 아닌 지분 격차가 목적이라면, 고려아연의 유통물량 매수보다 영풍정밀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