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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으로서는 미국의 지지를 지렛대로 사무총장 선거가 ‘컨센서스(전원 합의제)’로 이뤄지는 방식을 활용하면 뒤집기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USTR “한국 유명희 지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며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교섭과 무역정책 수립에 두드러진 경력을 쌓은 통상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WTO의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모든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USTR은 이어 “지금은 WTO와 국제 통상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라며 “지난 25년간 다자간 관세 협상은 없었고 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이행하는 회원국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WTO는 앞서 지난 19~27일 두 후보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에게 WTO를 이끌 것을 제안했다. WTO는 이날 오전 제네바 주재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에게 이를 통보했고, 오후 대표단 회의를 통해 전체 회원국에 알렸다. 선거를 관장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과 다시오 카스티요 분쟁해결기구 의장, 하랄드 아스펠륀드 무역정책검토기구 의장 등은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에게 차기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다고 회원국 대사에게 발표했다. WTO는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를 도출한 후 차기 사무총장을 결정한다.
그런데 미국이 대표단 회의에서 제동을 걸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회의 직후 “미국이 유 본부장을 계속 밀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콘조 이웰라 전 장관이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아프리카 출신의 수장이 앉으면 세계보건기구(WHO)처럼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보면 판세는 오콘조 이웰라 전 장관에게 훨씬 유리하다. 지지를 선언한 EU 27개국에 출신지인 아프리카 대륙의 55개국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82개국이다. 정확히 과반이다. 여기에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은 일찌감치 오콘조 이웰라 후보 쪽으로 기울었고, 중국 역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EU와 중국, 일본은 WTO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들이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전체 회원국 중 104개국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선 변수…역전극 가능성은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 달 3일 대선에서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미국이 다자주의 무역 체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보인다면 상황이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여론조사상 여전히 앞서 있다.
막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사무총장직을 나눠맡은 전례가 있다. 1999년 선거 당시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합의에 실패했고,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각각 3년씩 나눠 맡았다. WTO 사무총장의 정규 임기는 4년이다.
블룸버그는 “회원국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표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WTO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록웰 대변인은 추후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두고 “정신없이 매우 많은 활동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WTO는 일단 다음 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추대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