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또 폭등 `시동`..1200원 시간문제?

글로벌 달러 강세에 외화유동성 불안 여전
키코 관련 줄줄이 달러 수요..당국 경고도 무효
  • 등록 2008-09-29 오전 10:45:55

    수정 2008-09-29 오전 10:45:55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환율이 다시 폭등세를 보이면서 1180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주말 미국에서는 구제금융안 합의라는 희소식이 들려왔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좀처럼 불안심리는 가라앉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외화 유동성 경색이 해결되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한 가운데 월말 정유사 등 수입업체의 결제수요에 통화옵션 관련 수요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달러 매수세만 강화되고 있다.

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환율이 1200원선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 1180원도 넘었다..4년4개월만에 보는 숫자

29일 달러-원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8.5원 오른 116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곧바로 1170원을 넘어섰고 개장 40분만에 1180원까지도 돌파했다. 지난 2004년 5월20일 1180원으로 마감한 이후 4년4개월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자 당국이나 시장참여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환율 상승기조가 쉽게 꺾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주말 뉴욕 금융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에는 다소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주말 미국 의회는 구제금융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 이를 표결에 넘기기로 했다.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표결 처리, 즉각 2500억달러의 자금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달러 차입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국내 외화유동성 경색 우려도 조금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여기에 월말이면서 분기말까지 겹치면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물량이 출회되면서 달러가 어느정도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개장하자 달러 매수에만 주문이 집중되면서 환율은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환율 변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했지만 환율은 되레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 외화유동성 불안감 여전

우선 이날 달러-원 환율 급등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구제금융 법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엔화 뿐만 아니라 대만 달러, 말레이시아 링기트, 싱가포르 달러 등에 대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구제금융안이 난항을 겪을 때에는 불안해서 오르더니 합의했다는 소식에는 달러 강세라 오르고 있다"며 "달러가 전반적으로 초강세"라고 말했다.

외화유동성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점도 달러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재정부가 지난주 외평기금에서 100억달러 규모를 스왑시장을 통해 외화자금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국책은행의 달러차입도 있었지만 국내 신용경색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박상현 HI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신용리스크의 척도로 삼고 있는 각종 신용스프레드가 지난 9월초 금융대란설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점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해외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로 국내 은행의 해외차입선이 막히고 국내 해외은행들의 외화대출도 크게 위축되면서 달러화 고갈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금융권 외화유동성이 가장 문제"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달러 차입에 성공했지만 조족지혈"이라고 평가했다.

◇ 키코옵션 줄줄이 효력 발생..꼬리무는 달러수요

이같은 심리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실수요도 상당하다. 특히 최근 지난주 환율이 장중 1167원까지 오르면서 4년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 각종 통화옵션에서 줄줄이 효력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달러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앞선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키코(KIKO) 관련해 잠재적 달러 수요도 문제"라며 "키코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거의 포기상태"라고 전했다.

전 애널리스트 역시 "옵션 관련한 회사들이 하나둘씩 부도나기 시작하면, 달러 수요로 발생하는 동시에 은행권 불안을 조장하면서 전체적인 불안심리도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말이나 분기말이면 수출업체 달러 매도물량이 나온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는 점도 증명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월말이면 달러를 사야하는 정유업체나 수출공사 같은 곳에서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수출둔화 등으로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달러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적자흐름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태다.

◇ 곧 1200원도 간다

이에 따라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앞선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불가피한 달러수요의 악순환 때문에 1200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전 고점을 뛰어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국의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단기적으로 1200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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