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사전투표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이데일리는 사전투표율을 지난 19대 대선 사전투표율, 19대 대선 결과 등과 비교해 지역별 사전투표율이 갖는 의미를 분석해봤다. | 이데일리가 경남지역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과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을 지역(시·군·구)별로 비교·분석한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곳일수록 사전투표율이 낮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곳일수록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분석=조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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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진영 송승현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은 경남은 사전투표율에서 서고동저 현상이 뚜렷했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온 서부경남 내륙(하동, 함양, 남해, 산청, 합천, 거창)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온 동부경남 해안(창원, 양산, 김해, 거제, 통영)은 사전투표율이 낮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사택이 있는 양산의 사전투표율이 17.9%로 나타나 경남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하동(37.7%)과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율과 비교해보면 서고동저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서부경남 사전투표율은 지난 지방선거보다 1~9%포인트 더 오른 반면 동부경남 사전투표율은 1~7%포인트 더 내렸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동부경남 해안에서 강세를, 김태호 한국당 후보가 서부경남 내륙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서부경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은 보수 결집의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9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관리관과 사전투표사무원들이 투표함에 담긴 투표용지 회수용 봉투를 쏟아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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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전투표는 주로 정당 관계자들이나 지역 조직이 주로 참여한다”며 “재선 지사를 지낸 김태호 후보와 전직 지사였던 홍준표 대표의 지역 권력과 조직이 잘 움직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도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샤이보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수가 완전히 문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서부경남의 높은 사전투표율과 상대적으로 낮은 동부경남의 사전투표율은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는 하동, 합천, 산청, 함양, 의령, 거창 등 서부경남과 홍 후보의 고향인 창녕 등에서 적게는 10%포인트, 많게는 40%포인트까지 뒤쳐지는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들 모두 사전투표율이 30%를 넘나드는 곳이었다. 결국 문 후보는 동부경남에서 42.5%대 29.2%로 홍 후보를 꺾고도 서부경남에서 30.6%대 45.8%로 역전당해 경남 전체 득표율에서 0.5%포인트 차이(36.7%대 37.2%)로 2위를 차지했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왼쪽),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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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각 후보 캠프는 사전투표율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경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조직표가 강한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투표율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서부경남 중) 하동이나 사천, 합천 등은 그동안 민주당 후보가 유세조차 하기 어려웠던 지역”이라며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후보의 조직표와 숨어있던 김경수 후보 지지자들이 강하게 맞붙으면서 선거 관심도가 높아졌고, 사전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김태호 후보측 관계자는 “서부경남지역 사전투표율 상승과 동부경남 사전투표율 하락이 김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전체결과의 일부일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사전투표를 통한 보수결집이 알려질수록 투표 당일(13일)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다만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자신이 찍은 후보를 주변에 알리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상대편의 결집은 최소화하면서 자신들의 결집은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