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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로 불이익을 받는 쪽은 오히려 미국 국민”이라면서 “동맹국인 일본의 합법적인 거래를 불허하는 것은 대미(對美) 투자를 냉각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을 통해 “지금까지 미 대통령이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를 근거로 인수 중지를 명한 사례는 대부분 중국 관련 기업으로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이라면서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일본 기업의 인수 계획을 막기 위해 자신의 권한을 사용한 매우 예리적인 일로 미일관계에 화근을 남길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민간 기업의 인수 계획에 정치권이 개입한 것은 미국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일본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에 오점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 냈다.
앞서 지난달 2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심사해온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위원회 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에 대한 최종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인수는 미국의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의 통제에 두고 우리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안을 두고 수많은 고위 보좌관들의 설득이 있었으며 바이든 대통령 주변 핵심 측근들이 분열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일본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며 US스틸 매각을 찬성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부 보좌관들은 US스틸 매각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백악관이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만들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였다고 WP는 전했다.
日정부도 불만 표출…“이해 어려워”
바이든의 US스틸 매각 불허로 인해 일본 정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알려진 이후 “국가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해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이라고 논평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불허 결정은 일본제철에 30일 이내 인수 계획을 종료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CFIUS가 이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한 일본제철은 내달 2일까지 CFIUS에 인수 계획 포기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선 내달 2일까지 법원에 인수 포기 명령을 잠정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일본 언론은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것이 장기화돼 일본제철의 해외 사업 강화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약 2주뒤 취임 하는 트럼프 당선인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줄곧 반대해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이 US스틸과 자본 제휴를 맺거나 일부 시설을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1조 92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전미철강노조와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이에 일본제철은 US스틸 미국 내 사업장에 27억달러(약 3조 97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2026년 9월 만료되는 노조와의 계약 기간 동안 해고나 공장 폐쇄 배제 등을 약속했다. 또한 일본제철은 향후 10년 동안 US스틸의 생산 능력이 축소되면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