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대사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이주 노동자를 조롱하는 장면에서 외국인이 던지는 일갈이다.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도 학생들을 나무란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1960년대, 가족을 위해 독일로 떠나 광부 생활을 했던 덕수는 이주민이 겪는 수모를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던 터다. 한국의 격변 시대를 관통하는 이 영화는 “우리도 한때는 이방인이었다”며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겸 이데일리 디지털미디어센터장은 신간 ‘다문화, 영화에서 길을 찾다’(슬:B)를 통해 ‘다문화시대의 한국인’을 새롭게 정의한다. 저자는 “다문화와 관련한 관심사를 좇다가 생긴 물음의 답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콘텐츠’에서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책”이라며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존중하고 포용하며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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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주간지, 월간지, 스포츠지, 경제지를 넘나들며 대중문화 예술 현장을 누벼 온 저자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13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AI(인공지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다문화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덕이다.
책에서 다룬 영화는 △완득이(2011) △마이 작은 히어로(2013) △하노이 신부(2005) △덕구(2018) △나의 올드 오크(2024) △세리와 하르(2009) △방가? 방가!(2010) △미나리(2021) △국제시장(2014) △페어웰(2021) △범죄도시(2017)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96) △컬러풀 웨딩즈(2014) 등 다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13편이다.
다문화사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버스, 마트, 식당 등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흔해졌다.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현장이나 농어촌의 필수인력이다.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이 힘들 만큼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주민을 출신국이나 외모,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태는 더 완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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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름이 틀림이 아닌 이유 △낯설지만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 △다문화시대의 민족은 곧 시민이라는 점 △새로운 국민 정체성의 정립 등의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또 우리가 이주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국가의 개념은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지 등 묵직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한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란 것이다. 저자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지금, 우리는 획일적인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대신 다민족·다문화 국가로서의 민족주의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그들을 이웃이자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일 민족이라는 오래된 국민 정체성의 껍질을 깨고, 연대의 손을 내밀 때 대한민국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