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류에도…친명은 '수박' 깨고 비명은 李퇴진 요구(종합)

`수박깨기·살생부 작성` 野 분열 격화에
이재명 "콘크리트 처럼 단단해져야" 단속
비명 "단일대오 강조 소용 없어"
지도부, 선수별 회동 등 내홍 진화 총력전
  • 등록 2023-03-05 오후 4:31:33

    수정 2023-03-05 오후 7:43:31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여파가 여전히 크다.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후 현실화한 내홍 속 당 지지율마저 곤두박질이다. 친명(親이재명)·비명(非이재명) 의원과 지지자 간 날 선 공방이 연일 거세지자 이 대표가 직접 ‘만류’에 나섰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당 내분의 틈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을 나서며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3월 1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29%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지고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은 지난해 6월 말(28%)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의 정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지지도를 반영하듯 이 대표를 둘러싼 내분은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이 대표의 강성 팬덤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개딸’을 비롯한 지지층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非이재명계 의원을 부르는 은어) 깨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앞서 이들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내 ‘가결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추정해 ‘이탈표 명단’을 제작해 색출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경선 당시 이 대표의 대항마였던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5일 민주당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은 이날 오전 기준 당 공식 답변 기준인 5만 명을 넘은 6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한다”며 날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반명계 지지자들은 ‘이재명 당 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 청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당내 분열 가속화에 이 대표는 ‘내부 총질’을 멈출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부탁한다”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독재 정권과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달 28일 고위전략회의에서도 당원들을 향해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며 살생부 제작·공유와 문자폭탄 등의 공세 행위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 대표의 만류에도 당내 결속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곧 당의 쇄신이라 주장했다. 한 수도권의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며 “상처도 곪아 터져야 낫는다. 반창고만 덕지덕지 덧대선 시술할 것을 수술까지 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내홍 진화 노력의 실효성도 여전히 미지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는 9일 4선 중진 의원과의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선수별 만남을 계획 중이다. 이 대표가 요청한 ‘당내 소통 강화’의 취지로 풀이되지만 형식적인 것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참석 예정인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로서도 한 번은 당내 결속을 보이는 자리가 필요하다”면서도 “밥 한 번 먹는 것으로 통합은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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