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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를 수습해야 할 통합당을 둘러싸고 최근까지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김정은 신변이상설’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만 해도 범(汎)통합당 인사들은 연일 ‘위중설’, ‘사망설’ 등 갖가지 추측을 내놨다.
지성호 “김정은 사망확률 99%”
가장 앞장섰던 것은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두 탈북 정치인이다. 태영호 당선인은 미국 CNN까지 출연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했다.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은 한 발 더 나가 “(김 위원장의 사망 확률이) 100%는 아니고 99%라고 말씀드릴 정도”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내 주요인사 그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통합당은 음모론만 제기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세간에서는 비현실적 주장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 또한 당차원에서 제지하지 않았다. 그나마 같은 낙선 인사인 이준석 최고위원이 “보수 전체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다. 보수진영 전체가 ‘선거에 지고도 반성은 하지 않고 음모론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언급한 게 사실상 전부다.
김종인 비대위 소동은 현재 통합당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반성을 외쳤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외부인사인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했다. 패배의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의 차기 체제 욕심과 당권을 노린 생존자들의 욕구가 정면으로 부딪혀 김종인 비대위는 좌초됐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당 (상임)전국위원회가 파행으로 끝난 28일까지 통합당에 대해 ‘복마전’(伏魔殿)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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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통합당은 8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다. 지금까지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국민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반성, 또 반성해야”(김태흠 의원), “흑백 화면이 나오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국민들께서 바라보시는 우리 당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이명수 의원) 등 저마다 반성을 외치는 등 상황 인식은 하고 있다. 다만 황 전 대표는 이날 “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일해야지. 무슨 일을 하느냐가 문제”라며 반성 대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합당은 창당 때부터 선거 당일까지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는 모습을 보였다”며 “총선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다. 참패의 원인은 당 내부에 있다는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