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日 "세계유산 큰 기쁨" 자화자찬

조선인 강제노동 언급 안해…韓 불참
야스쿠니 참배 관련 질문도 피해
  • 등록 2024-11-24 오후 7:15:00

    수정 2024-11-24 오후 7:21:5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노역 시설인 사도광산의 추도식이 ‘반쪽짜리’로 열렸다. 일본은 조선인의 강제노동 사실을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24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과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력이 논란이 되면서 한국 정부는 전날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24일 오후 1시일본 니카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 측에선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비롯해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 와타나베 류고 사도시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행사는 묵념,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했으며 추도사는 이쿠이나 정무관 등 일본 측 인사만 낭독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사를 통해 “1940년대 사도광산에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가 있었다”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이었지만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며 사도광산 희생자를 언급했다.

다만 이쿠이나 정무관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나카노 고 실행위원장은 “사도광산이 세계의 보물로 인정된 것을 보고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큰 기쁨”이라며 “광산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의 활약이 있었다”고 말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실만을 강조했다.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매년 열기로 한국에 약속한 조치의 첫 번째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당초 한국 유족과 한국 정부 관계자 등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국간의 불협화음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약 10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추도식은 한국 측이 불참해 약 30개 좌석이 빈 채로 진행됐다.

특히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이 한국에서 논란이 됐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추도식 전날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 추도식에서도 이쿠이나 정부관은 추도식이 끝난 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등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1867)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이용됐다. 15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노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유족 9명은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와 함께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자체 추도식을 별도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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