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참석 전에 제주항공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왔어요.”
서울시청 앞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분향소를 찾은 이정진(22)씨는 이같이 말했다. 매주 퇴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씨는 지난달 29일 참사 소식을 전한 이후 추모의 뜻을 전하러 이곳을 찾았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빠른 시일 내 모든 희생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진상규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발길을 집회 현장 인근으로 옮겼다.
| 4·16세월호,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등 참사 피해자 단체 10여곳은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생명존중 안전사회 시민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상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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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인근에는 제주항공 참사 관련 추모 분위기로 가득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집회 참석 전 추모의 뜻을 전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화문 곳곳에는 추모의 뜻을 메시지를 적어 붙일 수 있는 ‘추모의벽’이 설치됐고 세월호 참사·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탄핵 찬성 집회 현장 인근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은 채 제주항공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집회 참석으로 인해 장시간 추위를 견디기 위해 패딩과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시민들도 집회 시작 전 이곳을 찾았다. 6살 아들의 손을 잡고 남편과 이곳을 찾은 박정현(38)씨는 “이런 대형 참사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서 연대하고 힘을 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아이에게 시민들이 연대하는 모습과 민주주의에 대해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집회 현장 인근 곳곳에도 추모 분위기가 가득했다. 윤석열퇴진 청소년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집회 현장 인근에서 제주항공 참사 추모 리본 나눔을 이어가고 있었다. 곳곳에 세워진 추모의벽에는 ‘그곳에선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또 다른 누군가를 잃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등 제주항공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추모의벽에 포스트잇을 붙인 전예원(16)양은 “포스트잇을 하나 붙이는 사소함이라도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다가가는 게 ‘사람다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 속 많이 힘들고 속상한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이런 사람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포스트잇을 붙인 박모(43)씨는 “저희도 가족 여행으로 얼마 전 치앙마이에 다녀왔는데 우리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희생자들에게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4·16세월호,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등 참사 피해자 단체 10여곳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생명존중 안전사회 시민대회’를 열고 제주항공 희생자들의 명복과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다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슴 밑부터 올라오는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왔다”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헤어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4일 서울 광화문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인근에 세워진 ‘제주항공 참사 추모의벽’에 시민들이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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