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정원 변신한 조선 왕들의 무덤

20일까지 열리는 '2024 조선왕릉축전'
홍릉·유릉·영릉 등 남양주·여주 다섯 왕릉
전통무용·드론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가득
왕릉 수놓은 조명·미디어 전시, 가을밤 채워
  • 등록 2024-10-13 오후 6:00:00

    수정 2024-10-13 오후 7:18:18

[남양주=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한제국의 첫 번째 황제 고종과 왕비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경기 남양주시 홍릉. 평소 같으면 관람객이 입장할 수 없는 늦은 저녁에 이곳 문이 열렸다. 어두운 진입로를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오니 나무와 잔디를 아름답게 수놓은 조명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치 연꽃 위를 3000여 마리의 나비가 춤추는 듯 왕의 무덤은 빛의 정원으로 변신했다.

8일 남양주 홍유릉에서 열린 ‘미리보는 조선왕릉축전’ 언론 행사 현장. 야간 미디어 전시 ‘왕의 정원’.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올해 5회째를 맞이한 ‘2024년 국가유산 조선왕릉축전’(이하 조선왕릉축전)이 지난 11일부터 홍릉·유릉과 동구릉, 사릉, 광릉 등 남양주시과 여주시 영릉에서 펼쳐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의 가치를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 즐기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조선왕릉문화제’로 열린 행사가 올해부터 ‘국가유산 조선왕릉축전’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개막 전인 지난 8일 사전 행사를 통해 올해 조선왕릉축전의 주요 프로그램을 미리 만났다. 융복합 공연 ‘신들의 정원’과 왕릉 투어 프로그램 ‘동구릉 야행별’, 그리고 왕릉 체험 프로그램인 ‘왕의 정원’과 ‘왕릉 포레스트’ 등이다. 올해 ‘조선왕릉축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조형제 총감독은 “조선 왕릉이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며 “왕릉의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경기 남양주 홍릉·유릉에서 열린 ‘미리보는 조선왕릉축전’ 언론 행사 현장. 공연 ‘신들의 정원’의 한 장면.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메인 프로그램은 ‘신들의 정원’과 ‘동구릉 야행별’이다. ‘신들의 정원’은 머나먼 별에서 온 신비로운 존재 ‘방상시’와 ‘초라니’가 조선시대 왕의 장례식인 국장(國葬)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판소리와 한국 전통무용이 한데 어우러지는 가운데 트론댄스(빛을 내는 소재를 붙인 LED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 드론쇼 등을 결합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신들의 정원’은 12~13일 홍릉·유릉에서 공연했으며, 오는 19~20일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영릉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동구릉 야행별’은 600년 넘게 왕릉을 수호해온 ‘석양’(왕릉에 설치된 석상 중 양의 모습을 한 석상)의 안내를 받으며 왕릉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왕과 아들’을 주제로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그림자극, 태조의 업적을 다룬 라디오극, 사도세자의 죽음을 영조의 한탄으로 표현한 독무(獨舞)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0일까지 1일 3회씩 동구릉에서 진행한다.

지난 8일 경기 남양주 홍릉·유릉에서 열린 ‘미리보는 조선왕릉축전’ 언론 행사 현장. 공연 ‘신들의 정원’의 한 장면. 배우들이 ‘트론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왕의 정원’은 왕릉의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야간 미디어 전시다. 홍릉과 유릉에서 나비를 표현한 3000여 개 LED 조명과 대형 연잎 등을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왕릉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왕릉 포레스트’는 향기 및 소리 테러피 등을 통해 왕릉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능참봉이 들려주는 왕릉 이야기’, ‘왕릉 음악회’, ‘왕릉 어드벤처’, ‘왕의 숲길 나무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조선왕릉은 18개소 40기(북한에 있는 2개소 제외)에 달한다. 서울 시내는 물론 교외 지역에도 흩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에 올해 ‘조선왕릉축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남양주와 여주 등 서울 동부 지역의 조선왕릉 5개소를 선택해 축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박용순 국가유산진흥원 궁능진흥팀장은 “올해는 왕릉 특화 콘텐츠 발굴과 함께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한 ‘조선왕릉축전’의 브랜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조선왕릉축전’은 오는 20일까지 진행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유료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궁능유적본부, 국가유산진흥원, 조선왕릉축전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일 경기 남양주 홍릉·유릉에서 열린 ‘미리보는 조선왕릉축전’ 언론 행사 현장. 공연 ‘신들의 정원’의 한 장면.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