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거침없는 랠리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파른 상승에 따른 큰 폭 조정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현지시간)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4만367달러까지 올라가며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이던 4만달러 벽을 비교적 손쉽게 뚫어냈다. 현재는 3만90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화로 거래되는 빗썸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447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미 전날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가상자산시장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최초로 넘어섰고, 비트코인 하나만의 시총도 지난해 700%가 넘는 상승랠리를 보였던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시총을 앞섰다.
이같은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하에서의 지속적인 돈 풀기에 따른 헤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풍부한 유동성 하에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자금이 동시에 유입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먼스 첸 바벨파이낸스 투자담당 이사는 “대체상품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자산운용 책임자에게 최근 상승을 이어온 비트코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그동언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 기관투자가 매수 덕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까지 대규모로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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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년간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불허 판정을 받았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몇년간 비트코인 ETF 출시에 실패했던 밴에크어소시에이츠는 다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인 `밴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 출시 신청을 했다.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해 다소 완고한 입장을 보였던 SEC 수장이 바뀌면서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에 조금 더 기대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고민은 앞으로의 비트코인 향방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랠리를 기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급격한 상승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소셜캐피탈의 캐매스 팰리해피티야 CEO 역시 “이번 비트코인 랠리는 굉장히 길게 갈 수 있을 것”이라며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 지는 알 수 없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넘어 15만달러, 20만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도자들이 믿을 만하지 않거나 신뢰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항상 보험을 들길 원한다”며 “그래서 기존 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은 헤지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묻어두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상자산 컨소시엄인 팬소라그룹 개빈 스미스 CEO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불안정성에 대한 헤지 차원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의 추가적인 성장이 필연적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위로만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걸 기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트코인 가격은 머지 않아 25% 이상의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비트코인을 `돈이 열리는 마법의 나무` 정도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셀시어스네트워크 창업주 겸 CEO인 알렉스 마신스키 역시 비트코인 가격이 25% 이상 조정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조만간 약세 재료가 쌓이면서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1분기 말 이전에 1만6000달러까지도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가격에서 절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런 조정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기적인 투자자에서 장기 투자자나 기관투자가로 손바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