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국민연금 CIO 인사…큰손들 연임·교체 갈림길

[큰손들의 한해]②
탄핵정국 블랙홀, 모든 인사 시계제로
공식 임기 만료된 국민연금 CIO, 직무는 계속 수행
행정공제회·교직원공제회 CIO 선출 진행
경찰공제회 공석으로 해 넘겨...군인공제회 불확실성↑
  • 등록 2024-12-30 오후 1:00:00

    수정 2024-12-30 오후 3:41:15

이 기사는 2024년12월30일 11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임기가 끝내 연장 없이 만료됐다. 계엄령 이후 이어지는 탄핵정국 속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장·차관급 개각 인사가 미궁에 빠진 영향이다. 국민연금 CIO자리는 당분간 현직자가 임시로 계속 직무수행을 맡으면서 불확실성이 깊어진 가운데, 행정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큰손들의 CIO 자리도 임기만료가 임박해 연임·교체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 서원주 CIO 연장 없이 임기 만료…탄핵정국에 ‘시계제로’

30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직 국민연금 CIO인 서원주 이사의 2년 임기가 지난 26일 연장 없이 만료됐다. 국민연금 CIO의 기본 임기는 2년으로, 임기 만료가 도래하면 성과를 평가해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임기 만료 전후 연임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 이사는 임기 연장 또는 후임자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CIO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 공공기관운영법 제 28조 5항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관가 및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민연금 CIO 자리가 임시직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엄령 이후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현 정부가 연내 추진하려던 개각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장·차관급 자리도 불확실해진 상태다. 산하기관 공직 역시 당분간 모든 변동 논의가 탄핵 정국의 향방에 달린 분위기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연임이 부결된 검사 출신 한석훈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 역시 후임자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공공기관운영법에 근거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꽤 있는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서 이사의 경우에도 당분간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이사(CIO)
교직원공제·행정공제 CIO 선출 진행

수조원에서 수십조원를 굴리는 큰손인 공제회에서도 CIO 지각변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기 만료가 다가온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이 CIO 임기 연장 또는 신규 선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오는 2025년 1월16일로 박만수 CIO의 임기가 만료된다. 박 CIO는 지난 1992년 교직원공제회에 입사해 장기 근속한 내부 출신 CIO다. 후임자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내부 인사 중 차기 CIO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차기 CIO로 물망에 오른 인사는 고재택 기금운용전략실장으로, 교직원공제회에서 30년 가량 근무해오며 주식을 비롯해 기업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부분을 두루 거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월 현직 CIO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행정공제회 역시 공모 작업에 돌입했다. 이달 말까지 사업이사(CIO) 공개모집 서류 접수를 마무리한 뒤 오는 1월 중 대의원회를 거쳐 최종 선출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행정공제회는 통상 별도의 연임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번 공개모집을 진행해 기존 CIO의 연임 또는 신규 선임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현직 CIO인 허장 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허 이사는 보험사와 증권사·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등 다양한 업권에서 자산운용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다. 그는 지난 2022년 2월 행정공제회 CIO로 취임한 이후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도 행정공제회 투자 운용을 안정적으로 총괄해왔다. 지난 2022년 초는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이 극심했고, 같은 해 연말부터는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심화한 시기였다. 당시 대부분의 기관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행정공제회는 3.8%의 수익률을 냈다. 행정공제회는 장기간 유지해온 자산안정성 덕에 지난 7월부터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율을 4.92%로 높이기도 했다.

‘공석’ 경찰공제·군인공제 불확실성 지속

일부 기관들의 경우 CIO 공석 또는 불확실성에 몸살을 앓고 있다. 5조원 규모 경찰들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경찰공제회는 CIO 공석 상태로 또다시 해를 넘긴다.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는 지난해 10월 한종석 CIO가 퇴임한 이후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인사위원회를 열 수 있는 이사장직이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어서다. 지난 10월 대의원회에서 이사장 선출이 불발된 가운데 다시 신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제기되는 경찰청장 관련 불확실성 속에 최종 선임 성사 가능성이 미궁에 빠진 상태다. CIO 공백이 지속되는 경찰공제회는 지난 6월 기준 투자금 5조 4491억 원 중 11.4% 수준인 6209억 원을 ‘단기자금’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18조원대 군인·군무원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져야 할 군인공제회도 CIO직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 금융투자부문이사(CIO)로 선임된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취임 이후부터 사법리스크에 연루돼서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0월 박 CIO의 군인공제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부당대출에 연루된 손 전 회장의 처남과 전·현직 임직원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직·간접적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혐의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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