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본인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하루 100건 이상의 정치 관련 글을 ‘도배’하고 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X 최고경영자(CEO)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본인 X 계정을 통해 올린 게시글. 이번 선거 결과 지도와 함께 ‘사람들이 정부 대개혁에 투표했다’는 코멘트를 담은 글을 퍼온 후 ‘그들은 그렇게 했고, (대개혁을) 이뤄낼 것이다’란 코멘트를 덧붙였다. 머스크는 최근 이 같은 글을 하루 100건 이상씩 올리고 있다. (사진=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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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던 5일 이후 8일까지 하루 100건이 넘는 정치 관련 글을 올렸다. 나흘간 400여 건 이상이다.
머스크는 ‘사람들은 정부 대개혁에 투표했다(The people voted for major government reform)’는 문구를 본인 소개 글로 해 놓고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글이나, 트럼프에 부정적인 기성 언론사를 비판하는 글을 짧은 문구와 함께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주류 언론이 민주당의 선전부대라는 게 확인됐다. 미국인은 깨어나는 중’이라고 하는 영상에 ‘정확(Exactly)’하다고 코멘트를 남기거나, (진보 정권의 경제적 무능을 강조하고자) 캐나다와 미국의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담은 표를 첨부한 채 ‘와우(Wow)’라고 하는 식이다.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적인 코멘트를 퍼온 후 ‘이제부턴 당신이 언론(You are the Media now)’이라는 식의 글도 다수 있다.
머스크는 올 7월 트럼프 지지 선언과 함께 본인이 소유한 X, 그리고 X 내에서 2억 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본인 계정을 트럼프 선거운동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8월엔 X에서 본인과 트럼프가 대화하는 2시간여 오디오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지당했던 트럼프의 X 계정을 되살린 것도 그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2016~2021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트위터(X)를 자주 활용했으나 퇴임 직전인 2021년 1월 의회 폭동 선동을 이유로 X로부터 계정이 정지당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2022년 10월 X를 인수했고 바로 다음 달 그의 계정을 되살렸다. 트럼프도 올 8월 머스크와의 오디오 쇼 이후 X에 곧잘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를 지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던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버틀러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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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활용한 머스크의 이 같은 트럼프 지지 노력은 큰 보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급등,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400조원)를 넘어섰다. 그의 지분가치도 빠르게 늘어 하루 새 200억달러(약 28조원)를 벌기도 했다. 그가 트럼프에게 후원한 2500억원의 100배가 넘는다. 그는 최근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에 배석하는 등 현 정부 ‘실세’임을 인증하며, 새정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머스크의 이 같은 행보가 소셜 미디어 X를 공론의 장에서 우익 편향 플랫폼으로 바꿨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NYT는 이날 보도에서 “(머스크가) 공론의 장이던 X를 보수의 ‘메가폰’으로 바꿨다”는 스티븐 리빙스턴 미 조지워싱턴대 데이터·민주주의·정치연구소장의 평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