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정병묵 공지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 100만달러 (약 14억7000만원)를 현대차아메리카(HMA)를 통해 기부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미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론 글로벌 자동차 회사이자 경쟁사인 GM·토요타 등의 잇따른 기부 행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행보로 비치지만, 속내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보편 관세 적용을 위해 ‘국가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 CNN이 지난 8일 보도한 바 있다. 이 경우 미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수입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IEEPA’(국제 경제 비상 권한법)를 사용해 새 관세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D), 성 김 사장 등 소위 ‘트럼프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의 온라인 자동차 판매,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미국 내 제철소 건설 등까지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의 미국 진출 및 투자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산업들이 다수 미국에 진출한 상황이지만 트럼프발 보편관세가 이 추세를 앞당길 것이란 의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생산거점을 비롯한 경영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제조업 부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이자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에는 마냥 악재만은 아니며,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편관세 때문에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는 종국적으로 미국 현지화 흐름을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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