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내 아이엠의 도금 공장. 아이엠의 화성 마도 공장에서 진공증착 과정을 거친 4.5 마이크로미터(㎛) 폴리머 필름이 자동으로 롤에서 풀리면서 도금 장비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바로 유기물을 씻어낸 필름은 일곱 차례에 걸쳐 양면에 1㎛ 동을 씌우는 전기 도금 공정을 거친 뒤 얇은 복합동박 필름으로 탄생했다.
이기영 아이엠 전무이사는 “아이엠은 현존 최대 광폭을 자랑하는 1350㎜ 수평식 도금 장비를 도입하는 등 최고 성능으로 복합동박 필름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복합동박 필름 사업의 초기 시장을 선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 아이엠의 전해도금 장비 (사진=아이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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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모듈 전문기업 아이엠(101390)이 2차전지 음극재용 복합동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기존 주력제품인 보이스코일모터(VCM) 모듈 사업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장기적인 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갖춘 복합동박 필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자회사인 아이엠첨단소재를 통해 스마트 필름을 개발해왔던 경험도 고려했다.
복합동박 필름은 2차전지 음극재의 기존 전해동박을 대체할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동박에 들어가는 구리 일부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폴리머 필름으로 대체해 기존 동박 대비 구리 사용량을 60% 줄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밀도는 5~10% 높일 수 있어 기존 동박 공급 체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이 전무는 “기존 동박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형성된 리튬 돌기로 양·음극의 단락, 배터리 열 고장과 같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복합동박 필름은 폴리머 필름을 진공 증착해 양면에 구리를 도금하는 형태로 제작하는 만큼 2차전지 화재의 원인인 열 폭주를 차단해 안전성도 크게 높일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이미 복합동박 필름의 장점에 주목해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전기차 업체 BYD도 복합동박 필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해증권에 따르면 복합동박 시장 규모는 2022년 1700억원 규모에서 내년엔 3조 4000억원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 아이엠의 진공증착 장비 (사진=아이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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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동박 필름을 생산할 진공증착·전해도금 장비 도입을 마친 아이엠은 시제품 생산과 양산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주요 기업들과의 기술적 제휴도 활발히 맺고 있다. 최근엔 중국 동박 전문기업인 눠더구펀(NuoDe)과 복합동박 관련 기술 교류 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기술 협력과 함께 시제품 테스트도 함께 진행한다.
아이엠은 이와 함께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생산도 추진한다. FCCL은 폴리이미드(Polyimide)에 동박을 입힌 회로기판으로, 휴대전화 등 주요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는 연성회로기판(FPCB) 소재다. 아이엠은 하이엔드급 FCCL 양산을 통해 고사양 FPCB는 물론, 5G향 안테나·센서 등 다양한 제품에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아이엠은 외부자금 유치 등을 통해 기존 한 대씩인 진공증착·전해도금 장비를 3년 내 각각 4대와 6대까지 늘리며 수율도 개선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사업으로 준비 중인 복합동박 필름과 FCCL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높은 만큼 수익성도 한층 강화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이엠 관계자는 “복합동박 필름과 FCCL 사업 모두 원자재 비중이 작고 상대적으로 고사양의 핵심 공정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며 “기존 VCM 모듈과 스마트 필름 기술을 선도했던 기업에서 2차전지용 복합동박 필름과 FCCL 등 첨단 산업을 이끄는 소재 사업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 아이엠이 생산한 복합동박 필름 시제품 (사진=아이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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