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에서마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정부는 이미 마련한 33조원의 경기부양책까지 마련해 놓은 만큼, 마이너스 목표치를 내놓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고개를 들고 있는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쉽게 가실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 `4% 성장` 폐기는 기정사실
정부가 지난달 3일 수정예산안을 짜면서 전제했던 내년 경제성장률 4% 전망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더 이상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강만수 장관이 지난달말 성장률이 2%중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나온 전망치들도 전에 비해 급격히 하락해 현재는 2∼3%대 성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던 IMF가 한달만인 지난달 25일 수출 감소 이유를 들어 2.0%로 하향조정한 것이 대표적.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알려진 UBS가 -3% 전망을 내놓은 것을 필두로 삼성증권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쓰이는 상황아래서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0.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 마이너스 전망치를 제시하겠냐만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과 대화 도중 내년 경제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내년 상반기가 최악의 상태고, 그 다음에 2~3% 마이너스 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황상 '2~3% 마이너스 할 것'이라는 부분이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뜻하는 언급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과천 관가에서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와 수출 침체 등 기본적인 이유외에도 기술적으로도 올해 상반기 5%대의 높은 성장세를 탔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반기 얼마만한 성장세를 구가하느냐가 내년 성장률을 좌우하게 된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상황을 규정하는 상황에서 성장수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내년도 성장 목표와 성장률을 플러스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이라도 플러스 성장률만은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일자리 대란 피하기 힘들 듯
성장률 하락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고, 최소 내년 한 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큰 고민거리다. 실업은 가계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후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계의 일부를 복귀를 힘들게 만들어 아예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도 있다.
통상 정부는 성장률 2.5% 내외를 신규 일자리 증가가 제로가 되는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IMF의 성장률 전망치 2.0%는 사실상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을 뜻하고, 금융계와 건설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서서히 나오고 있는 감원바람이 본격 불어닥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2003년 3%대 성장을 기록하고도 일자리가 감소했다.
정부도 현재 마련하고 있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도 일자리 창출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운용방향은 현재 목차 잡는 단계"이라며 "기존에 워낙 많은 대책들이 나와 추가 방안이 나올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