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현투증권의 김승현 이코노미스트와 메리츠증권의 고유선 이코노미스트.
남편인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전망에 대해 낙관론에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부인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물가 불안은 식료품 및 교육비 상승에 따른 것이며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식료품과 교육비, 주거비 등의 수준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으나 여타 부문은 연중 내내 물가가 미미하게 상승하는데 그친데 이어, 내년에는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체로 돌아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일본처럼 장기적인 소비부진으로 인한 만성적 디플레와 경기 침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가하락 압력은 수요 위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과잉공급으로부터 파생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 증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쉽게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앞서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가계 자금이 부족해 외부로부터 돈을 빌려야 하는 자금 부족 주체로 바뀌었다"면서 "자금 잉여 주체로서 기업 부문에 자금 공급 역할을 담당해온 가계 부문의 재정이 악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경상수지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금융권의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자금회수 노력이 본격하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연체율 및 가계 채권 부실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대란의 가능성까지 점칠 수는 없으나, 가계 신용문제는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중에 고비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신용대란의 여부를 떠나 소비심리가 타격을 받으면서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에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물가하락 압력에 따라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부인은 소비 둔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하는 셈이다.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동감하는 부분은 많지만, 각자의 시각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기 때문에 보고서의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지금 추세가 펀더멘털 상의 위험은 아니라는 시각인 반면, 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이후로 펀더멘털 상의 과잉신호가 뚜렷하다는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시황관 때문에 다투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부부는 서강대 대학원 동기로, 대우경제연구소에 나란히 입사해 활약하던 중, 결혼했으며 2000년에 각자 현투증권과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이코노미스트로 활약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