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금감원이 다음주중 발표할 분식회계 근절 종합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당초 다음주초(26일) 금감위원장의 대통령 업무보고 후 보완작업을 거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21일 진념 부총리와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잇따른 언급으로 대략적인 방향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방향은 크게 당근과 채찍, 두가지로 보인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분식회계 근절 종합대책은 앞으로 분식회계를 못하도록 하는 것과 과거 분식회계를 현실화하는데 따른 충격완화 방안이 주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념 부총리도 능률협회 조찬강연에서 "잠재부실을 현실화하는 등 결산은 철저하게 해야하지만 결산제도의 변화로 오는 불이익은 단계적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과거 기업은 숨기고 회계법인은 눈감아 줬던 부실을 한꺼번에 현재화하는데 따르는 충격을 완화하되, 앞으로 분식회계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 회계장부 조작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충격완화 장치를 두려는 것은 회계기준 강화와 사회여건 변화로 인해 과거 부실이 일시에 현재화될 경우 기업·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기업회계기준이 엄격해진데다 대우나 동아건설 사태 등으로 분식회계의 폐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 회계법인들이 깐깐하게 감사에 임할 수 밖에 없는만큼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회계대란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진 부총리는 "회계법인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기업이 과거 전체의 3% 수준에서 10~12% 정도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지만 분식회계에 대한 우려가 대란으로 확산될 정도는 아니다"면서 미리 차단벽을 치기도 했다.
정부가 검토중인 채찍과 당근의 구체적인 내용은 최근 산업은행이 발표한 "기업회계감사 강화에 따른 대응방안"이 준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회계감사 강화에 따른 대응방안 등의 조치가 대책에 담기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요할 사안은 아니지만 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은행들에게 이같은 방안을 권유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금감원 은행관련 부서에서도 실무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산업은행은 이 방안에서 투명한 회계처리 실시로 재무상태가 악화돼 기업 신용평가등급이 하락하더라도 등급하락에 따른 금리상향, 대출한도 축소 등의 불이익을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과거의 분식 재무제표 등 부실자료 제출에 따른 제재조치도 면책해 주기로 했다. 외부감사대상이 아닌 총자산 70억원 미만인 거래처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제출할 경우 대출금리 책정 및 기업 신용평가시 우대하기로 했다. 과거 부실을 자진해서 털어내거나 외부의 감시를 받는 데 대한 당근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산은은 향후 분식회계가 적발되는 기업에는 엄격한 제재조치를 적용하고, 특히 분식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신규여신 중단, 채권회수조치 강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감원도 향후 과도한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처벌을 강화하고 회계장부 조작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이나 이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에는 그에 부합하는 채찍을 쓰겠다는 얘기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과거 분식회계 관련자 사면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일정부분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못박아 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그럴 듯 하지만 관련자들의 이해상충 때문에 실제 이행과정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시적 충격완화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자진수용, 부실을 털어낼 기업이나 회계법인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한 관계자는 "회계는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어 지금 일시적으로 부실을 숨기더라도 언젠가는 쌓인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면서 "지금 부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돼 엄충처벌을 받는 것과, 완충장치나 유예조치가 부여됐을 때 이를 털어내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선택을 놓고 기업과 회계법인이 심각하게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책 이행과정에서 교착상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