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내수침체와 수출경기 둔화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실업자는 불어나고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은 내년 더 깊어질 것이 불가피해 일자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기도 벅찰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4년11개월만에 최악
고용대란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기 침체는 삶의 기반을 지탱하는 일자리를 흔들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업자는 7만8000명에 그쳤다. 두달 연속 10만명을 밑돌며 2003년12월 카드대란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내수부진과 수출둔화가 겹치면서 구직난이 심화된 탓이다. 문을 닫거나 불황을 겪는 도소매·음식숙박업체가 늘고, 건설경기가 바닥을 기는 가운데 IT·자동차 생산 감소와 수출둔화가 본격화되면서 건설·도소매음식숙박·제조업 부문에 두루 일자리가 줄었다.
고용 시간도 줄었다.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는 1년전 보다 9.8% 급증했지만, 36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자는 0.8% 줄어들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잔업과 야근이 사라진 일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 구조조정 칼바람
경기 침체로 신규 일자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터의 감원 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정부가 나서 공기업 인력을 10% 이상 줄이도록 독려하고 있는데다, 은행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인력감축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전력이 정원의 10%인 2000명 감원에 나설 계획이고 가스안전공사도 3년내 인력의 10%를 줄이기로 했다. 농협은 2년내 15%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검토중이다.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자동차와 조선 등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자동차와 중공업체가 들어서 있는 울산은 이미 이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달 울산의 실업률은 4.5%로 1년전 보다 2.0%포인트 치솟았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 신규일자리 마이너스 시대 눈앞
문제는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내년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르면 올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중에는 신규일자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신규일자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4%안팎의 성장률과 20만명 신규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은 실정. 이달말 내놓을 `2009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3%대로 다시 낮춰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감하면 일자리도 5~7만명 가량 늘거나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민간 연구소나 외국계 금융기관은 내년 우리 경제가 1~2% 성장에 그치거나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어 내년 고용사정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는 가계소득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고 내수침체를 불러와 일자리를 더 줄이는 악순환을 낳기 마련. 정부 고위 관계자도 "내년 정부 정책의 큰 줄기가 일자리 창출에 맞춰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