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에 부딪힌 중국이 내놓은 답은 단기적으로 석유 수출 중단과 국내 공급 증대로 급한 불은 끄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억제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국제유가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 우려로 국내 석유 가격을 인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연료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발전으로 환경오염이 극심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연료 절약은 환경과 에너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中총리 "5년내 에너지 소비 20% 줄이겠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21일 기자에게 "중국이 향후 5년내에 에너지 소비를 20%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5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에너지 구상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원 총리는 말했다.
◇中정부, 주요 정유업체 수출 금지 지시
중국은 국내 석유 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당장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20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훤회(NDRC)는 최근 중국의 주요 정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에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은 석유 생산량과 수입을 늘려 국내 연료 부족을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는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휘발유와 디젤 수출을 억제할 예정이다.
원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최근 중국의 석유대란 움직임과 관련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면서 중국의 정유사들이 증산을 요청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내 석유 대란의 주원인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국내 석유 가격에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 부족이 심해지자 지난 1일부터 중국 정부는 국내 휘발유와 디젤, 항공용 등유 가격를 톤당 500위안(67달러) 인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정유업체의 손실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씨티그룹의 그래햄 커닝햄 애널리스트는 세전 순익과 현재 유가를 바탕으로 "현 제도 하에서 시노펙은 정제하는 원유 1배럴당 여전히 4~5달러의 손실을 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자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석유 가격 인상이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지 않는한 중국 정부가 정유업체들의 생산을 유도하려면 석유 가격을 15~20% 추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마냥 연료비를 인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6.5% 상승,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