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서도 왔다"…파격 임대주택 지으니 놀라운 변화

■시골학교의 반란 시즌2 ⑤경남 고성 영오초
학교 앞 임대주택 6호 건립…4년만 학생 수 '2배'↑
자산·소득 '조건 無'…다자녀일수록 임대료·월세 감면
예술 특화 교육과정·학부모 참여 자율 동아리도 운영
  • 등록 2024-11-13 오전 5:30:02

    수정 2024-11-13 오전 6:37:30

대한민국 지방 마을들이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에 처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 중 85곳이 이에 해당됩니다.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해 학교를 살리고 있는 현장을 총 8회에 걸쳐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주택 마당에서 영오초 아이들이 텃밭을 가꾸는 모습. 경남 고성 영오초가 전입 세대를 대상으로 주택 6호를 임대 중이다. (사진 제공=학부모 송예리 씨)


[고성(경남)=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신도시에서는 놀이터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었어요. 다들 학원 가느라.”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경남 고성군 영오초등학교로 이주한 송예리(40)씨는 2022년 농촌 전입을 결심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3학년인 딸 이세빈 양과 1학년인 아들 이태오 군을 키우는 송씨는 시골 학교를 알아보던 중 영오초의 임대주택 사업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알아보던 농촌초교 3곳 중 영오초가 유일하게 조건 없는 임대주택을 운영했다”며 “농촌 전입에 관심이 있어도 소득·자산 조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영오초는 아이만 있으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영오초는 2020년 경상남도가 도입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학교 앞 임대주택을 통해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사업이다. 지자체는 초등학교 인근에 도비 5억원, 군비 11억원을 투입해 학교 인근 2980㎡ 부지에 단독주택 6호를 지었다. 임대주택 건립으로 영오초는 학생 수 전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업 시작 초기인 2020년 14명에 그쳤던 학생 수는 2021년 17명, 2022년 28명, 2023년 26명으로 늘었다. 올해 학생 수는 11월 기준 27명이다.

영오초 아이들이 주택으로 향하는 모습. 경남 고성 영오초가 전입 세대를 대상으로 주택 6호를 임대 중이다. (사진 제공=학부모 송예리 씨)
소득 ·자산 ‘조건 無’ 파격적 조건에…도시서도 모인다

임대조건은 파격적이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1만원이 각각 기본 가격으로 책정돼 있지만 자녀 수에 따라 큰 폭의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현재 영오초 앞 임대주택 6가구 중 5가구에는 총 32명(성인 12명, 자녀 19명)이 거주하고 있다. 부산, 진주, 김해, 사천은 물론 경기도에서 이주해온 가구도 있다. 손성일 영오초 교장은 “비어 있는 1가구는 이주 주말에 새로운 입주민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자리가 비자마자 지자체에서 입주 공고를 올렸고 경쟁률이 4대 1로 높았다”고 했다. 입주자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1차 서류심사에서는 초등학생 수(20점)와 세대 수(10점) 등을 평가하고 2차 면접에서는 지역사회 융화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아이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송씨는 “아이들이 농촌으로 와 들고양이 먹이를 주고 개구리도 잡으러 다닌다”며 “농촌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K-POP 댄스 수업 진행 모습. (사진 제공=영오초)
‘예술 특화 과정’으로 학생들 자신감 키워

영오초는 예술 특화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교육부의 ‘농어촌 우리동네 예술학교’ 사업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전교생이 다양한 예술 수업을 받고 있다. 전교생은 매주 화요일에는 연극 수업을, 금요일에는 1~2학년이 K-POP댄스를, 3~6학년이 치어리딩과 뮤지컬 수업을 금요일 수업을 듣는다. 연극, 도예동아리를 비롯해 방과후 과정으로 밴드, 기타 수업도 운영 중이다. 정득권 교감은 “농촌 학교이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돼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자신감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다. 6학년 윤준성 학생은 “4학년 때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일렉기타를 치고 있다”며 “학교에서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학년 강부성 학생은 “치어리딩 수업이 제일 재밌다”며 “다른 학년 동생들과 친해질 수 있어 좋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설렌다”고 했다.

경남교육청의 학교중심 예술교육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토요일마다 운영되는 ‘교육공동체 도예 동아리’는 학생, 학부모, 지역민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다. 3학년 이세빈 학생은 “도예에서는 손으로 원하는 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모습이 다소 이상하게 나와도 실패한 작품은 없기때문에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교육공동체 도예교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영오초)
학부모 자율동아리로 학부모·지역민 참여도 꾀해

학부모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영오초는 작년부터 배드민턴 학부모 자율 동아리를 운영해왔다. 올해는 기타, 독서·경제, 먹거리, 사진 동아리 운영을 시작해 등 학부모 자율동아리를 총 5개 운영 중이다. 학부모들이 직접 계획을 수립하면 학교에서 승인 후 예산 50만원 내외를 지원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각 동아리는 강사 초빙, 교재 구입, 체험 등에 예산을 활용한다. 배드민턴 동아리의 경우 학부모들 외에도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박수자(45)학부모는 “학부모들이 개설을 원하는 동아리가 있으면 의견을 수렴해 신청한다”며 “배드민턴 동아리에는 학부모들 외에도 지역민들도 참여 중인데 함께 유니폼도 함께 맞추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일 교장은 학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임대 주택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건립한 6호 주택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한정된 호수로 모두를 받을 수 없는 만큼, 지자체 지원으로 더 많은 주택을 확보해 유입을 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장은 “주택을 새로 짓는 방안을 넘어 지자체가 마을 내 빈집을 찾고 이를 임대·지원한다면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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