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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안방을 비운 사이 워싱턴 정가의 시선은 온통 미국 민주당의 제1차 대선주자 TV 토론에 쏠렸었다.
미국 내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대항마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27일(미국시간)부터 28일까지 이틀간 TV 토론을 통해 진검승부를 겨뤘다.
NBC방송, 케이블채널 MSNBC, 스페인어 방송사 텔레문 등을 통해 방영된 이번 TV토론은 말 그대로 ‘대박’을 냈다. 2015년 10월 세운 1580만명이라는 최고 시청자 수 기록을 깨고 1810만명에 달하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현지에서 민주당 경선 TV토론이 끝나자, “나는 G20이 열리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를 잘 대표하고 있지만, ‘졸린 조’(Sleepy Joe)와 ‘정신 나간 버니(Crazy Bernie)’에게는 좋은 하루가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선두주자군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조롱하는 트윗을 띄우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반(反) 트럼프 매체들까지도 “66년 전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맺은 이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너를 만난 첫 사례”(워싱턴포스트) “경직된 양국 간 관계가 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순간이자 엄청난 진전”(CNN방송) 등으로 DMZ 회담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에서 ‘재선 도전’을 본격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결렬된 제2차 하노이 핵 담판 이후 급격히 불거진 ‘북·미 대화’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더 나아가 이를 최대 ‘외교성과’로 포장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외교업적’은 대선 가도에서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대표적 ‘세일즈 포인트’여서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번 DMZ 북미회담이 재선을 앞두고 ‘외교관’이자 ‘피스 메이커(평화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반면 무게감이 큰 외교적 사안에서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위상을 높여줌으로써 되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앞당겨지는 경우, 트럼프 책임론이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트위터에 DMZ 회동을 “리얼리티 TV쇼”라고 깎아내린 뒤 “이 상황은 비핵화 협상, 검증 가능한 협정, 평화조약으로 이어져야만 역사적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화려한 행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