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팀에 의뢰한 ‘글로벌 소부장 업체 국내 투자유치 전략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코로나19·공급망 불안에 ‘탈중국’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위치한 많은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이 탈중국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경험과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고조한 점이 주 요인이다.
주상하이 미국상의가 주중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7~8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 중 약 3분의 1이 중국에 계획했던 투자를 이미 다른 국가로 돌렸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기존 글로벌 공급망 조성이 경제학적 효율성과 최적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기인했다면, 최근에는 비용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위험절연(risk-insulation) 기조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한국의 취약한 공급망을 보완하고 산업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게 이같은 탈중국 움직임은 큰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일본 역시 대체 후보지로서 매력적인 국가인 만큼 기업 유치를 두고 일본과 경합할 가능성을 점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전반에서 ‘아세안 시프트’(ASEAN Shift)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공장’을 자처한 중국의 역할을 이어받으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소부장 산업의 경우 공급망 운영·유지를 위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생태계가 필요한 만큼 한국과 일본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갖추고 문화나 종교적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강점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더 빠르고 획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는 “현재 중국을 이탈하려는 기업들의 성향을 보면 최대한 빠른 이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유치 정책이 제공하는 최대혜택을 이미 다 향유한 경우가 많고, 봉쇄정책 및 미중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이들의 국내유치를 위한 속도감 있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본보다 한발 앞서 파격적인 투자유치 지원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빠른 이전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의 비자, 세제, 환경, 입지 문의에 대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확대 보강하고 소부장 핵심전략기술과 장비, 공급망 안정 품목을 보유한 외국 기업의 생산·연구시설 이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및 규제완화 특례 등 국내 기업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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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위기와 기회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다른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