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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감사 큰 장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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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감사는 고액연봉이 보장되고 권한도 막강한 알짜 자리다. 불과 4~5년 전까지도 감사는 금감원 OB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업무 전문성을 갖춘 데다 금감원 검사를 받는 회사 입장에선 이들을 바람막이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도 OB들을 금융회사로 내보내면서 인사적체를 해소해 왔다. 과거엔 금감원이 앞장 서 퇴직자 재취업에 적극 나섰을 정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때 금감원에서 퇴직자 리스트와 금융권 감사자리를 매칭하던 시절도 있었다”라며 “전임 감사들이 적당한 시점에 물러나 주면 후배들이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7년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가 터졌고 2018년 공정위 고위간부가 퇴직간부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구속되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특히 교수 출신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금감원이 조직적으로 자리를 알아봐주던 관행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재취업 위해 ‘각자도생’‥후배들은 볼멘소리
이러다 보니 OB들은 감사 등의 자리를 놓고 ‘각자도생’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에서 금융권의 네트워크가 넓고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를 받는 일부만 감사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한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임기를 한번 채우면 자리를 비워주던 관행도 거의 사라졌다. 금감원의 도움이나 후광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력갱생’ 해서 얻은 일자리라는 생각에서다. 장기간 한 회사의 감사를 하거나 금융 업권을 돌아가며 감사로 영입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도움은커녕 먼 동네 불구경하듯 관망하는 조직(금감원)의 태도를 성토하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배들이 외부로 활발하게 진출해야 직원들의 인사도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자리를 잡지 못한 OB들은 로비스트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인 옵티머스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 출신 윤 모 전 국장은 2018년 3~4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전 수석조사역인 변모 씨는 옵티머스 부실을 검사하는 금감원 직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전직 간부들이 옵티머스와 엮이면서 OB의 재취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