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그 동안 캐딜락 브랜드 강화와 뷰익 라인업 확장, 그리고 새로운 시장에서의 판매 증진 등에 집중하며 그 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GM은 전기차 분야에서 무척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전기차 개발 전반에 걸쳐 LG와 협력하며 EV 기술의 빠른 발전을 이뤄냈고 충전 규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과묵한 행보를 보이다 단 번에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한 GM을 최근 사업 확장 과정에서 시행 착오를 겪고 있는 테슬라와 비교하며 ‘이것이 GM의 힘’이라며 테슬라는 따라 올 수 없는 경험과 제조 인프라 등을 재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 한국 시장에서는 2세대 볼트(Volt)가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기지개를 폈다. 다만 한국GM은 볼트의 구조적인 특성을 설명하며 “쉐보레 볼트가 지향하는 EREV가 아직 국내에 낯선 존재”라며 당분간 본격적인 판매 대신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2017년부터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볼트의 안착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연 2세대 볼트는 어떤 가치를 품고 있을까?
2세대 볼트는 감히 현존하는 전기차 중에 가장 세련되고 매력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최근 북미 시장에 데뷔하고,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2세대 크루즈를 떠올리게 한다. 두 차량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기차의 감각을 강조하는 프론트 그릴 커버나, 미래적인 이미지의 후면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공통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면 디자인과 측면 디자인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2세대 크루즈와 헷갈릴 정도로 유사한 모습이다. 먼저 전면 디자인을 대표하는 날카로운 헤드라이트는 향후 쉐보레의 디자인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세련된 실루엣으로 구성된 듀얼 포트 그릴은 전기차의 감각을 살리면서 쉐보레의 패밀리룩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윈드쉴드에서 매끄럽게 떨어지는 보닛 위에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라인을 더하고, 사이드 미러 역시 더욱 날카롭게 디자인하여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실내 공간은 최근 쉐보레가 선보이고 있는 차세대 듀얼콕핏을 그대로 반영했다. 임팔라에서 첫 선을 보였고, 더 넥스트 스파크, 말리부 그리고 볼트와 2세대 크루즈를 통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쉐보레 고유의 실내 구성은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듀얼콕핏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층 넓은 개방감과 실용성을 겸비한 공간을 과시한다.
더욱 세련된 감각을 선사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구성된 대시보드는 랩어라운드 디자인를 채용해 더욱 넓은 공간감을 선사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마이링크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주변과 대시보드 하단, 센터터널 테두리에 크롬 가니시를 더한 센스는 올 뉴 말리부와 통일감을 선사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2세대 볼트는 1세대의 경험을 토대로 대대적인 개선을 거쳤다. 덕분에 보닛 아래는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적용된 볼텍(Voltec) 드라이브 트레인에 속한 대부분의 부품들이 새로 설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공정을 개선하여 크기와 무게를 줄인 배터리를 제외하더라도 구동계 전반에 걸쳐 1세대 대비 45kg의 무게를 덜어냈고 12% 이상 효율 개선을 이뤄냈다.
2세대 볼트에 탑재된 드라이브 시스템의 구성을 살펴보면 87kW급 영구자석 모터와 발전용 48kW 전기 모터를 장착했으며 배터리 방전 시 발전 및 주행 거리 연장 그리고 구동을 위한 101마력 급 1.5L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세가지 요소를 볼텍 5ET50 멀티 모드 일렉트로닉 트랜스 액슬로 묶어 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배터리는 18.4kWh 규격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1회 충전 시 전기모터 단독으로 최대 89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시스템 합산 676km를 주행할 수 있다.
시승을 위해 2세대 볼트를 수령 받은 후 차량을 살펴보니 흰 차체의 볼트는 메탈 피니시가 적용된 프론트 그릴 커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전기차 혹은 EREV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만큼 매끈하고 스포티한 모습이었다.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품었고, 역동성을 품은 측면은 무척 멋스러웠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후면 디자인까지 더해지며 차량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 보았을 때 대중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가진 차량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는 순간 한 번 더 감탄했다. 미래적인 감각을 강조한 웰컴 사운드와 함께 높은 해상도의 계기판, 8인치 마이링크 디스플레이 등이 ‘볼트가 단순히 효율을 위한 차량이 아니다’라고 시위하는 듯 했다. 파워 버튼을 누르자 다시 이번에는 마치 로봇이 깨어나는 듯한 구동음이 한 번 더 울려 퍼지며 즐거움을 더했다.
다만 낮은 시트 포지션 때문일까? 키가 큰 기자가 시트에 앉더라도 보닛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볼트 자체가 캡포워드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으며 공기역학 개선을 위해 보닛의 높이를 낮게 가져간 결과인데, 스포티한 감각과 넓은 시야가 매력적이지만 전폭이나 보닛의 길이가 익숙해질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대대적인 개선을 겪은 볼트의 ‘볼텍 드라이브 트레인’은 경량화, 소형화 그리고 효율성 개선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고, 그와 함께 전기차들의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이질감까지 줄여냈다. 게다가 유저 인터페이스 부분에서도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용어와 주요 기능의 사용 방법을 내연기관 자동차와 통일된 방법으로 구현했다.
실제 볼트는 다른 브랜드들이 전기차만을 위해 제작한 작은 레버 같은 기어 쉬프트 레버 대신 기어 노브 부분을 푸른색으로 처리한 일반적인 기어 쉬프트 레버를 장착해 익숙함을 키웠고 주행 모드 역시 P-R-N-D-L로 이어지는 내연 기관 자동차 방식을 인용했다. 덕분에 볼트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어려움이나 학습 없이 곧바로 주행이 가능했다.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로 가속할 경우에는 ‘노면의 저항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매끄러운 발진이 돋보이는데 내연기관을 탑재한 차량이었다면 플래그십 모델에서나 느낄 수 있을 감성이었다. 또한 귀가 민감한 운전자들을 괴롭히는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음도 다른 차량에 비해 작은 편이고, 전기모터의 구동 소음도 크지 않아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더욱 높게 느껴졌다. 되려 소음이 작아서 도심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정도였다.
리전 온 디맨트 페달은 사용 시에 점진적인 제동력을 제공하거나, 제동력을 페달의 조작 정도로 조절할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요소지만 이 페달을 통해 발전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조금만 익숙해지면 도심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효과적으로 감속하며 배터리를 재충전하며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
순수 EV 주행 거리도 89km로 넉넉한 편이고, 또 플러그 인 시스템 덕에 간간히 재충전을 할 수 있어 가솔린 엔진이 구동에 개입될 일은 흔치 않았으나, 1.5L 직분사 엔진의 완성도나 그 감각이 궁금해 일부로 배터리의 전력을 모두 소진하고 엔진을 구동시켜 보았다.
엔진이 개입될 때에는 일상 주행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RPM을 비교적 높게 유지하기 때문에 엑셀레이터 페달에 닿은 오른발과 귀를 통해 엔진의 작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은 추후 정숙성 개선을 통해 진동이나 소음을 줄일 수 있길 바란다.
가솔린을 태우며 발생하는 101마력의 출력이 그리 높은 건 아니었지만 1,610kg의 볼트를 움직이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엔진이 조금이라도 배터리를 충전하면 가속 상황에서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가동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잔량이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표기 된 상황에서도 순간 순간의 충전을 통해 전기모터가 가동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출력 전환과 충전 시스템의 효율성 그리고 전기 모터의 우수한 출력 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전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시승하며 공인된 1회 충전 주행 거리 이상의 실제 주행 거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볼트 역시 표시된 주행 거리보다 얼만큼 더 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에 볼트의 배터리를 70% 가량 충전하고 순수 전기 모터의 힘으로만 주행을 시작했다.
주행 거리 측정을 위한 주행을 시작할 때 볼트는 앞으로 65km를 달릴 수 있다고 표시했다. 처음엔 강서에서 청라로 이동하는 형태로 아라뱃길을 이용하여 정속 위주의 주행을 했다. 청라에 도착하여 트립 체크를 하니 EV범위는 51km로 14km가 줄어든 반면 실제로 주행한 거리는 26.5km로 소모 예상 전기에 비해 상당히 좋은 전비(전기 소모량)을 볼 수 있었다. 청라와 인천을 주행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 각종 신호등과 교차로 등을 지나며 도로의 흐름에 맞춰 주행을 이어가니 전기 소모량과 실제 주행거리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구동 상황에 대한 연비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301.2km 동안 42.2kWh의 전력을 사용하며 누적 평균 전비는 7.13km/kWh(53.0km/Le)로 공이 전비인 5.3km/kWh보다 약 35% 가량 개선된 효율성을 과시했다. 한편 가솔린 엔진 역시 203.5km를 달리는 동안 10L에 못 미치는 9.88L를 소모하며 누적 평균 연비 20.6km/L를 기록했다. 종합 합산 연비는 32.5km/Le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좋은 점: 우수한 드라이브 시스템과 매력적인 디자인, 뛰어난 상품성의 조합
안좋은 점: 아직 소유할 수 없고,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지원을 받는 차량 분류
1세대 볼트는 독특한 시스템 구조로 인해 등장부터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2세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가솔린 엔진이 주행에 개입되는 만큼 주행 거리 EREV라기 보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볼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분류되어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덕분에 한국GM 역시 본격적인 판매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볼트는 완벽한 전기차는 아니지만 전기차의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주행거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업도록’ 시스템 적으로 보완이 된 차량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소비자에게 전기차에 대한 부담이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전기차 특유의 친환경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주행 성능과 효율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연 GM이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