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기소하고 총도 겨눠… 中매체 "불가피한 조치"

16세 소녀 등 44명 '폭동혐의' 기소…출국 금지 상태
비판 일자 中 매체 '홍콩 시위대 폭력성'에 집중 보도
中 글로벌타임스 "경찰, 안전 위협 받아" 주장
홍콩 정부, 백색테러에는 폭동혐의 적용 안해 '형평성 논란'
  • 등록 2019-08-01 오전 10:23:03

    수정 2019-08-01 오전 10:23:03

홍콩 경찰이 지난 30일 콰이청 경찰서로 몰려든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겨누고 있다. 이날 시위대들은 홍콩 정부가 28일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와 백색테러 반대를 위한 시위’에 가담한 44명을 폭동혐의로 기소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콰이청경찰서로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자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이로 인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중국 매체는 홍콩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시위자들의 폭력성이 짙었다고 주장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홍콩 경찰 당국은 16세 소녀를 포함한 시위 참여자 44명을 폭동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8일 도심에서 일어난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폐지와 ‘백색테러’ 항의를 주장하는 시위에 가담했다. 이들 중 43명은 31일 바로 보석에서 풀려났지만 야간통행금지와 주 1회 경찰출두, 출국 금지 등의 명령을 받은 상태다. 1명은 현재 보석이 기각됐고 9월 재판에 보내진다.

이후 홍콩 시민 수백명은 30일 밤 콰이청 경찰서를 둘러싸고 항의했다. 시위대는 경찰서에 계란을 던지며 44명의 시민들은 홍콩의 명예로운 전사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눠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즉각 총은 실탄이 아니라 콩알탄을 장전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매체에서도 과도한 조치라며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며 경찰이 불가피하게 총을 겨눴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이날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반정부 세력과 일부 서방언론이 (총을 겨눈) 경찰관 사진과 비디오를 제시하며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그 뒤에 있는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미 시위대로부터 충분한 위협을 받았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자신이나 타인이 물리적으로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폭력용의자를 체포할 때, 폭동으로부터 평화를 지킬 때 총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타임스는 “홍콩 경찰은 시위대의 공격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꺼낸 것”이라며 “온라인에서도 미국이었다면 이미 발포까지 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매체는 시위대가 경찰에 유리병을 던지거나 우산으로 찌르는 경우가 빈번하며 산성 제품을 던져 일부는 화상을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기소로 당국과 시위대의 대립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홍콩 위안랑역에서 흰 옷을 입은 100여명의 남성들이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백색 테러’를 일으켰지만 이들에겐 폭동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만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날 홍콩 기자협회와 사진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빈과일보 사진기자의 머리를 방패로 때렸으며 ‘프레스(press)’라고 쓰인 야광 조끼를 입었는데도 여성 기자에 폭력을 행사하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며 이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홍콩 반부패기구인 ICAC가 ‘백색테러’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는지,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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