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아메리카 드림' 막혔다…트럼프 "취업비자 발급 중단"

"미국의 첫번째 회복…50만 일자리 지킬 것"
이미 발급받은 이는 해당없어…美재입국도 허용
경제계·공화당 반발…"결국 美기업에 악영향"
  • 등록 2020-06-23 오전 10:56:14

    수정 2020-06-23 오후 12:10:37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의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연말까지 일부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한다. 해당 조치는 당장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며 현재 정해진 시한은 연말까지다. 미국에서 일을 하려는 한국인, 혹은 미국에서 공장 등을 운영하는 한국기업에게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를 제외한 전문직 비자인 H-1B과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H-4비자, 조경과 비농업 분야에서의 단기 근로자를 위한 H-2B, 입주 가사도우미(au pair), 캠프 카운셀러 등 문화 교류 비자인 J-1, 주재원 비자인 L-1 등에 대한 발급이 중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명령을 담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미국 전체 실업률이 4배 넘게 증가한 상황에서 이같은 취업비자는 미국인들의 고용에 특별한 위협이 되고있다”며 “2020년 2월~4월 사이 H-2B 비자와 관련해서 1700만명분의 일자리가 상실됐고 H-1B, L 비자와 관련해서는 2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조치를 “미국의 첫번째 회복”이라고 표현하면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에게 약 50만개 일자리가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H-1B, H-2B, H4, L1 비자 일시정지…영주권 발급 금지 ‘연장’

성명서에 따르면 △이 조치는 2020년 12월 31일에 만료되며 필요한 경우, 연장될 수 있다. 이 조치가 시행되는 24일부터 60일마다 국토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이 조치의 효과를 논의해 추가적인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제한을 받는 비자는 H-1B, H-2B, H-1B·H-2B 비자 소유자의 가족 등에게 발급되는 비자, 인턴·연수생·교사·캠프 카운셀러·오페어·여름 직장여행 프로그램(Work and Travel USA) 등을 위한 J비자, 주재원 등을 위한 L비자와 L비자 소유자의 가족 등에게 발급되는 비자 등이다.

△이미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 중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발효일 전 유효한 여행 서류(미국 입국 서류, 항공권, 사전 여행허가서) 등이 필요하다.

△합법적 미국 영주권자, 미국 시민권 소유자의 배우자나 자녀, 국무장관·국토부 장관 등 미국 행정부가 인정한 외국인 등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4월에 발표한 미국 영주권(그린카드) 취득을 목적으로 한 입국 금지 조치도 연장한다. 당초에는 60일간 제한적인 연장이었다.

△ 이미 해당 비자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영향이 없다. 이미 비자를 받았고 향후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들도 재입국이 허용된다.

△ H2B 비자는 식품 가공업 등 식품 공급망과 관련된 노동자는 해당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J비자와 관련 대학교수와 학자 등은 발급 정지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의 발급 한도 제한도 지시했다.

정보기술(IT) 기술직 등에게 제공하는 H-1B는 2000년 이후 주요 한국인들의 이민 통로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은 H-1B의 연간 발행도를 학사 소지자 6만 5000개, 미국 내 고등교육기관 석사 이상 소지자 2만개로 설정해, 무작위 추첨을 하고 있는데 이를 연봉이 높은 순서로 할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인력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기업들이 미국 법인에 사람을 파견하거나 현지에서 일본인을 채용할 때 L비자나 H-1B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연수 목적으로 사람을 파견할 때는 J비자를 사용한다.

닛케이의 분석은 일본 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 역시 고스란히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일제히 반발…공화당 親트럼파도 우려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경제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취업 비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경제계는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가 이민자들이 주로 미국인들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정책재단의스튜어트 앤더스 국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올수록 실업률이 높아진다거나 이들을 막는 것으로 실업률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미국 IT기업들이 소속된 정보기술산업협회는 “이들 외국인 기술진들이 코로나19 대유행동안 미국인들이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고 비즈니스를 지키는 등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親) 트럼프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과 존 코닌 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윗에 “불행하게도, 나는 오늘 대통령의 결정이 우리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두렵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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