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北포로에 “북한 가고싶어?” 물었다…‘자결’ 그 이면엔

WP “러군, 상당한 손실…북한군에 의지”
“北 병사, 포로 되지 않으려 ‘수류탄 자결’도”
젤렌스키, 포로 교환 제의…북한군 심문영상 공개
포로 중 한 명은 “우크라서 살고 싶다” 속내
나머지 한 명 “그래도 북한 돌아가고파”
  • 등록 2025-01-13 오전 10:36:13

    수정 2025-01-13 오전 10:42:27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력 손실에도 물러서지 않고 포로가 되기보다는 죽음을 택하며 싸운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증언이 제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두 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며 ‘포로 교환’을 제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심문을 받고 있는 북한 병사.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X
1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원 올레(30)의 주장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올레는 북한군이 대규모 집단을 이뤄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진격해 왔다고 설명했다. 적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소규모로 이동하는 러시아군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또 러시아군과는 달리 상공에 드론이 날고 옆에서 동료가 다치거나 숨져도 이를 무시하고 전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 같다며 “러시아인들은 우리의 진지를 공격한 뒤 손실을 입으면 후퇴하지만 북한군은 계속 전진한다”고 말했다.

올레는 자신의 부대가 러시아군에 상당한 손실을 입혀 러시아가 당초 계획보다 더 빨리 북한군에 의지하게 됐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군이 대규모로 동원된 데 대해서는 “그들(러시아군)은 자국군을 가장 위험한 임무에 파견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위해 비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에는 진지를 공격해온 북한군 400~500명과 교전을 벌였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100명이 채 되지 않아 수적 열세였는데, 전투는 8시간 동안 이어졌고 총알이 떨어진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하면서 중단됐다고 올레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 1명을 포로로 잡아 응급처치했지만, 포로로 잡힌 병사는 심문 전 부상으로 숨졌다고 올레는 전했다. 다른 북한군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 수류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전장에는 사망하거나 부상한 북한군이 그대로 남겨졌다고 올레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심문을 받고 있는 북한 병사.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X
한편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생포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1일 젤렌스키는 부상당한 북한군 병사의 사진과 함께 북한 병사와 2분 55초 분량의 대화 동영상도 올렸다. 대화 내용은 우크라이나 음성과 영어 자막으로도 소개했다.

영상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받은 북한군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이 북한군은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자 이 북한군은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턱에 붕대를 감은 또 다른 북한군의 대답은 달랐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신들은 해당 북한군이 각각 26살과 20살이며 키이우로 이송돼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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