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로 불리는 서울 대형 병원뿐 아니라 다른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해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수련의의 사직서 제출이 전국적으로 줄을 잇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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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외래접수 및 수납·예약이 이뤄지는 이대목동병원 로비는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오가는 의료진 중 젊은 의사들은 며칠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고, 이른 시간부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의료대란 현실화에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88세 고령의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60대 A씨는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셔서 응급실로 오셨다”며 “수술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의료대란 전에) 수술이 이뤄져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가족 중에 누군가 아파서 수술해야 하는데 의사가 없어서 못 한다면 마음이 불안하고 정말 힘들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 돌아가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환자들은 주치의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소화기내과 외래 진료차 병원을 찾았다는 50대 B씨는 “오늘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며 “지난번 진료 때 ‘다음 주엔 제가 없을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새로운 선생님이 배정됐다고 하는데 아직 뵙진 못한 상태”라며 “환자 입장에선 계속 저를 진료하던 분이 봐주시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환자도 있었다. 80대 C씨는 “약 처방이 잘못돼 확인하러 왔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고 ‘휴진’이라고만 써 붙어있다”며 “(병원에서) 방법을 찾아줘야지 먼 길을 또 와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비뇨기과를 찾은 D씨는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라며 “선생님들이 양보해야 한다. 의사수가 갑자기 늘어나니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이권 다툼 벌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 내과 전공의 수십여명 등은 전날(19일) 저녁 사직서를 제출해 20일부터 교수나 전임의(임상강사)가 당직을 서는 것으로 일정 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실제 병원 곳곳에는 ‘오전 진료는 휴진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돼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분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수술·시술에 딜레이(지연)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자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문자와 전화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으나, 사직서 제출자의 25%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집단 진료거부에 따라 환자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저녁 6시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34건으로 25건은 수술 취소였으며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었다.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수련의의 사직서 제출이 전국적으로 줄을 잇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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