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강남특구`는 끝났나?

  • 등록 2004-02-18 오후 3:31:17

    수정 2004-02-18 오후 3:31:17

[edaily 한상복기자]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사교육 대책이 `강남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 거주의 핵심 메리트가 사교육이니 말입니다. 사교육이 무장해제 당한다면 강남의 부동산 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옵니다. 경제부 한상복 기자가 `강남교육특구 현상`을 짚어봅니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과 강남 집값이 무슨 관계냐고요? 실감이 안 나시는 분은, 직접 가보시기 바랍니다. 밤이 좋겠습니다. XX동 불켜진 간판들 가운데 학원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학원이 아닌 곳을 세는 것이 더 빠르겠네요. 늦은 밤이면 매일같이 교통대란이 빚어집니다. 아이를 태우러 온 부모들 승용차가 학원 앞 도로를 점령합니다. 인근에 사는 학생도 많지만 수도권 도시에서 원정오는 케이스도 적지 않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아이들로 초등학교가 만원입니다. 왜 이렇게 몰려드는 것일까요. 한결같습니다.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무리를 해서` 이사를 갑니다. 두말 할 것 없이 아이 교육을 위해서입니다. 학교와 학원 등에서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추었다는 것이죠. 강남지역은 이전부터 부동산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곳이었습니다. 학군 프리미엄과 재건축 등이 격차를 더욱 벌려놨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정부가 대입제도를 내신 위주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수능시험을 EBS 강의 중심으로 내겠다고 합니다. 24시간 진행되는 EBS 강의에는 교사 뿐만 아니라 `스타급 학원 강사`까지 동원하겠다고 벼릅니다. 학교 보충수업도 부활시키기로 했습니다. 이쯤이면 `사설 학원 다니지 마라`는 포고령 수준입니다. 강남 아파트 값 급등에 눈살을 찌푸려 온 사람들 입장에선 희소식입니다. 거품이라고 주장해왔으니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우리 집 값 오르면 좋은 현상(또는 당연한 것)이고, 남의 집 값이 오르면 거품(또는 투기) 입니다. 이제 강남 아파트 값은 떨어지는 일만 남았을까요? 저는 적어도 상승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기대만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강남 아파트에 입주한 가정주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학교나 학원도 중요한데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인프라, 즉 `친구`와 `비슷한 환경` `경쟁의식` 같은 것들이 강남의 메리트라는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주부들입니다. 주부들의 희망과 보람은 `내 아이를 남보다 잘 키우는 것` 입니다. `조금 더`를 원하는 주부들의 욕구는, EBS 강의를 심화학습시키는 신종학원을 만들어낼 겁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습니다. 강남 입시학원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또 다른 강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너살 짜리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육 시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엄마들간의 경쟁심이 `좀 더 새롭고, 좋은 곳에 보내기 유행`으로 이어집니다. 체면경쟁도 같은 축입니다. `강남교육특구`를 만들어 낸 주체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우리 아이만은..."이라는 엄마들의 절대 염원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강남 현상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혹시 "아무리 여력이 생겨도 나는 강남으로 이사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갖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결심을 소중하게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부인의 성화를 이겨내는 가장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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