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관련한 국회 첫 시정연설이 더불어민주당이 전원 불참하면서 ‘반쪽짜리’로 끝났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보복수사’, ‘야당 탄압’이라고 항의하며 시정연설 참여 자체를 전면 거부했다. 대통령 시정연설에 야당이 본회의장 출석 자체를 거부한 사례는 헌정 사상 최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한 여야 협치를 거부한 민주당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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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들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앞서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여야 의원들 간 소란이 일었다. 정의당 의원들이 좌석에 ‘이 XX 사과하라’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라 쓰인 피켓을 세우자 한 여당 의원이 “야 정의당! 웬만큼 해라 웬만큼!”이라고 소리 지른 것이다. 이에 정의당 측도 “이 정도도 고마운 줄 아세요!” “사과하세요, 사과!”라고 외치며 맞대응했다.
다만 연설이 시작된 후에는 여당과 국무위원들의 박수소리만 들릴 뿐 별다른 고성이나 소란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총 19번 박수가 나왔으며 특히 안보, 국방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작은 환호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연설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찍는 의원들도 있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연설하는 윤 대통령과 본인이 함께 나올 수 있는 각도로 돌아앉아 ‘셀카’를 찍는듯한 자세를 취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칠 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종종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등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야당은 대체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지만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의원들은 화답하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전원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탓에 윤 대통령이 선 단상 맞은편은 텅 비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오른쪽 끝인 국무위원석과 왼쪽 끝인 국민의힘 석을 번갈아 보느라 바삐 고개를 돌렸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외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일일이 호명하며 참석에 감사를 표했다.
연설이 끝나자 여당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기립해 박수 쳤지만 정의당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악수했다. 이어 조정훈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악수한 뒤 국무위원을 거쳐 국민의힘 의원들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며 악수를 나눴다. 이후 윤 대통령은 10시 27분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하는 동안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시정연설을) 보지 않았다”며 “시정연설에 대한 내용상의 평가는 차후 논평과 정책위의장 기자간담회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재명(첫번째 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 후 떠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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