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대란’ 머지플러스 남매, 징역 4년·8년 확정

별다른 수익 없이 20% 할인 판매만
적자 지속에도 57만명에 2519억 판매
사기 등 혐의 대부분 '유죄'…대법, 상고 기각
권남희 징역 4년· 권보군 징역 8년…53억 추징
  • 등록 2023-10-12 오전 11:10:08

    수정 2023-10-12 오후 7:53:49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켜 재판에 넘겨진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대표 남매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가 지난 2021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남희(39) 머지플러스 대표와 권보군(36)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권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권 CSO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약 53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머지플러스 법인도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 제휴 가맹점에서 ‘20% 할인’을 무제한 제공하는 서비스로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2020년 1월경부터 2021년 8월경까지 판매대행사를 통해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모바일 상품권인 ‘머지 포인트 상품권’을 발행가액 대비 20%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했다.

또 구매자가 이 상품권을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금전적 가치가 저장된 증표에 관한 정보인 ‘머지머니’로 발행가액과 동일하게 전환돼 머지플러스 가맹점 등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머지머니를 발행했다.

아울러 권씨 남매는 2020년 6월경부터 2021년 8월경까지 매월 1만5000원의 구독료를 지급하는 ‘VIP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이용자가 사전에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신용카드 등으로 가맹점 이용 시 결제금액의 20%를 상시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만 별다른 수익사업이나 외부투자 없이 20% 할인 판매만 하는 구조로 머지머니 사업을 영위해 회사에 입금되는 판매대금보다 상품권발행사업자와 가맹점에 정산해 주는 비용 금액이 더 커서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선순위 머지머니 구매자의 사용대금을 후순위 구매자의 미사용대금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특히 2020년 4월경 머지머니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해 그 사업 영위를 위해서는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회사의 재무상태로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어렵고, 이로 인해 언제든지 사업영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권씨 남매는 2020년 5월경부터 2021년 8월경까지 자신들이 할인율 상당 차액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거짓말해 지속적으로 머지머니를 판매, 피해자인 머지머니 구매고객 56만8770명에게 약 2519억원 상당의 머지머니를 판매했다.

VIP 구독서비스 관련해서는 2021년 5월경부터 2021년 8월경까지 피해자 7만4782명에게 합계 약 142억원 상당의 구독서비스를 판매해 이를 편취했다.

이후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자 포인트 사용처를 200여곳에서 20여곳으로 대폭 줄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 회원들이 몰려들어 대규모 환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머지포인트 매수자의 실 피해액을 751억, 머지포인트 제휴사 피해액을 253억원으로 산정했다. 또 권 CSO는 머지오피스 법인자금을 신용카드 대금이나 생활비, 주식투자, 교회헌금, 차량 리스비 등으로 사용해 약 6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도 받는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심과 2심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 등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권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권 CSO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약 53억을 선고했다. 머지플러스 법인도 같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머지머니’가 실질적으로 가맹점의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선급 전자지급수단이라고 인정했고,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해왔다고 본 것이다. 또 VIP 유료 구독 서비스, PLCC 카드 발행 수수료 이익 등 피고인들이 예상한 수익모델은 실현되기 어렵거나 실현돼도 적자구조를 탈피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권 CSO가 회사 자금을 고급 승용차 대여, 주식 투자, 생활비 등에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수수료를 부풀려 자회사에 지급하는 등 방식으로 29억원을 배임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피고인들의 각 범행으로 다수의 피해자와 거액의 피해액이 발생했다”며 “권보군 피고인은 범행 이후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다수 보이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권남희 피고인은 범행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자금융거래법의 선불전자지급수단 및 전자지급결제대행,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 범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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