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억울하면 공무원 해"

  • 등록 2004-07-16 오후 5:18:26

    수정 2004-07-16 오후 5:18:26

[edaily 양효석기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카드대란`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사원은 500여쪽에 달하는 감사보고서를 심사해 결론을 내렸고, 이를 32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로 요약해 16일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많지만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카드사용을 장려했던 재정경제부의 정책은 불가피했으며,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융감독원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동감하시나요? 경제부 양효석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해 12월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그 동안 미래 소비를 앞당겨 지출한 것이 향후 문제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카드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지요. 결과적으로 현재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을 넘어섰고, 신용카드사 부실문제는 아직도 경제회복에 큰 부담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래소비를 앞당겨 써버리고 가계빚만 남은 까닭에 내수시장도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 99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상거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세원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관련 각종 규제를 풀면서 카드사용을 권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가 남발됐고 카드사는 과도한 자금차입에 의한 현금대출 위주의 외형확장에 치중했습니다. 바로 카드부실의 "1차 원인" 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적 실패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감사원은 "내수진작 및 세원확보 등 거시적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신용카드 규제완화와 사용촉진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 과거 카드사용 장려정책을 옹호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단기적인 내수진작을 위해 미래의 소비를 당겨쓰도록 한 결정은 문제삼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감사원은 대신 감독권한을 공무원들로부터 위임받아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은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지 못했다며 담당 부원장에게 책임을 지웠습니다. "정책 부작용에 대비 사전예방 감독시스템과 효율적인 신용평가 및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구축되고,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정보를 유관기관이 상호 공유해 문제를 조기에 인식했다면 부실예방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감사원은 또 신용카드 부실초래의 원인으로 신용카드 이용자의 결제능력을 초과한 카드사용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신용카드 이용자가 소득한도를 초과해 무분별하게 물품을 구입하거나 여러개 신용카드사로부터 고금리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사용, 신불자 전락을 자초했다는 설명입니다. 길거리에서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정책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소비자의 잘잘못만 따지고 있습니다. 마치 이명박 서울시장이 `교통대란`의 원인을 시스템 및 교통체계 준비 부족보다는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돌린 것과 비슷한 꼴입니다. 물론 정책 실패에 대해 계량적으로 책임을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감사원 말대로 문책 구성여건을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지 않고 결과만 따진다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에게 굉장한 부담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400만명의 신불자를 양산하고 국가 경제를 바닥으로 추락시킨 "명백한" 정책실패 사안에 대해서조차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게 과연 옳바른 결정인지는 반문해 볼 일입니다. 당시 금감원 국장이었던 김중회 부원장을 인사조치시킨 것만으로 정책실패의 책임을 다 물은 것일까요? 김 부원장이 당시 금감원 국장으로서 얼마만큼 권한을 갖고 있었을까요? 감사원은 금감원이 2003년 `3.17`과 `4.3`대책을 수립하면서 검사도 안나가고 카드사 자료만 받아서 안이하게 대처해 신용카드사 위기를 키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3.17과 4.3 대책은 해당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정부가 결정한 것입니다. 당시 회의자료는 물론 결과 브리핑도 공무원들이 주도적으로 맡았습니다. 회의 후 카드사 사장들이 금감원 기자실로 호출돼 확정되지도 않은 카드사별 증자규모를 일일이 밝히고,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 것도 `관치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전윤철 감사원장은 금감원의 뒤에 재경부와 금감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사실을 과연 모르는 것일까요? 감사원은 또 말합니다. "금감위원장 책임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금감위원장은 자주 교체됐고, 당시 금감위원장은 모두 퇴직했다. 감사원이 책임을 묻는건 현직에 있을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이는 경제를 파탄내도 현직에서만 물너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금감원은 카드사태에 책임이 있고, 이에 상응한 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에만 책임을 지우고 공무원들은 면죄부를 주는 것은 공신력있는 정부 기관의 할일이 아닙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관료들과 정책담당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감사원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합니다. 감사결과 브리핑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책임은 왜 따지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억울하면 공무원 하라는 얘기구만"이라는 자조가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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