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제사 고마워"..하늘도 운 5·18 기념식(종합)

38년간 행방불명 아들 찾아다닌 이귀복씨 소개
이낙연 총리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정권 비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 불러
  • 등록 2018-05-18 오후 12:43:23

    수정 2018-05-18 오후 12:43:23

[광주=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오늘 우리 아들의 제사를 이렇게 지내줘서 내 마음이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18일 제38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된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500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우비를 입고 자리를 채웠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대표단과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원순(서울) 이재명(경기) 양승조(충남) 이용섭(광주) 김영록(전남) 후보 등이 참석했다.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맨 이 총리는 우비를 입지 않고 내리는 비를 맞았다. 이 총리가 주요 인사들과 기념탑에 헌화·분향하자 빗방울은 더 굵어졌다.

행사에서는 1980년 5월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 군의 사연이 극 형식으로 공연됐다. 배우들은 아버지인 이귀복(현재 82세)씨가 38년동안 아들을 찾아다닌 사연을 재연했다. 1980년 당시 광주 양동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창현 군은 5월 19일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집을 나서 행방불명됐다. 비를 맞으며 극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등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공연 직후 마이크 앞에 선 아버지 이 씨는 “아들을 찾는 38년이 380년 같았다”며 “누구도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 아들의 제사를 지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제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기념사에 나선 이 총리는 전두환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책임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며 “문재인정부 들어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않고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대신 총리가 참여할 경우 대통령 메시지를 총리가 대독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책임총리 취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 총리가 직접 메시지를 작성했다.

그는 “사랑하는 전남 도민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울음을 참았다. 일부 참석자들이 박수로 이 총리를 다독였다. 이 총리는 “역사는 직진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부패와 무능이 이어졌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국정은 농단됐다”며 이명박정권와 박근혜정권도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대신해 맨 앞줄에 앉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 정권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10여분간 이어진 기념사에서 6번의 박수가 나왔지만 김 원내대표는 손뼉을 마주치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가 되자 참석자 전원이 기립했다. 손을 맞잡은 참석자들은 함께 손을 흔들며 악보없이 노래했다. 추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손을 맞잡은 김 원내대표도 함께 노래불렀다. 지난해 기념식에 참석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부르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30번도 넘게 불렀다. 노동운동을 한 이후에 부르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노총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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