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이 우릴 위협한다"…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의 속사정

이탈리아, 35년 만에 원전 재도입 검토…“10년내 SMR 가동”
伊 환경부 장관, FT와 인터뷰서 밝혀
탄소 배출 감축 위해 관련 법안 발의
"2050년까지 전체 전력 11% 비중 목표"
  • 등록 2024-07-15 오후 1:37:20

    수정 2024-07-15 오후 7:12:4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탈원전 35년 만에 원전 재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당시 모습.(사진=AFP)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FT와 인터뷰에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입산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함이라면서 해당 법안으로 인해 SMR이 10년 안에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50년까지 원전이 국가 전체 전력 소비의 최소 11%를 차지하도록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정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원전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 기술이 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 대한 멜로니 정부의 회의적인 태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피체토 프라틴 장관은 최신 원전 기술의 높은 안정성을 감안할 때 국민 투표로 드러난 원전에 대한 국민적 혐오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기업들이 원전 공급망에 활발히 참여하는 등 이탈리아가 원전과 관련해 수준 높은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인식과 의식의 문제”라면서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지만 체르노빌을 기억하는 세대는 원전에 자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원전 추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대한 새로운 제한이 부과되면서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멜로니 정부는 태양광 패널의 확산이 이탈리아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피케토 프라틴 장관은 “태양광 발전은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태양광 패널이 이탈리아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망치고 있다면서 그에 비해 SMR은 3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4헥타르(ha·약 1만2100평)의 땅만 필요해 태양광 발전소 대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1960~1970년대에 4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원자력 발전 용량 확대를 계획했다. 하지만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 1990년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했다.

2010년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원전 재도입을 시도했으나 2011년 국민투표에서 90% 이상의 반대표로 무산됐다.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이탈리아 환경 단체인 레감비엔테가 의뢰한 최근의 조사에서 1000명의 응답자들 중 75%가 원자력 발전이 이탈리아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25%는 안전을 이유로 강한 반대표를 던졌다.

인공지능(AI) 열풍과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해 탄소 중립과 전력 확보가 시급해지면서 최근 주요국은 다시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초당적인 지지를 얻은 원전 확대를 촉진하는 ‘원전 배치 가속화법(ADVANCE Act)’에 서명했다. 미국 과학기술연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건설 중인 원자로는 27기로, 2035년까지 150기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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