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비스 먼저" 쇼핑·동영상 검색 독점한 네이버…과징금 267억원 철퇴

네이버 우월적 지위 남용에 칼댄 공정위
한성숙 "검색 향상, 다양성 차원" 주장했지만..
자사 서비스 우대하려 알고리즘 변경 안돼
  • 등록 2020-10-06 오전 11:59:59

    수정 2020-10-06 오후 1:21:51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자사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 네이버TV를 검색창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 노출 시킨 네이버가 경쟁당국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서비스 우대’ 방식에 칼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사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 키우려고 알고리즘 변경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면서 경쟁자를 배제한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67억원(쇼핑: 265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정보를 네이버쇼핑 안에서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비교쇼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나와, 카카오, 에누리 등도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동시에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오픈마켓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2년 샵N을 출시하다 2014년 스토어팜으로 서비스체계를 일부 전환하고 현재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쇼핑몰을 동등하게 노출해야 하는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를 우대했다는 점이다. 축구 경기를 공정하게 운영해야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면서 가점을 준 셈이다. 비교쇼핑 서비스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게 공정위가 칼을 댄 혐의의 핵심이다.

네비버가 활용한 우선 노출을 위한 툴은 알고리즘 변경이었다. 네이버는 총 다섯차례에 걸쳐 △경쟁 오픈마켓 랭킹 가중치 하향 조정 △자사 오픈마켓 노출비중 보장 및 확대 △자사 오픈마켓 판매지수 가중치 부여 △검색 다양성 명분으로 동일몰 상품 배제 △자사 오픈마켓 노출제한 완화 등의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변경으로 인해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비중이 증가하고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인 감소했다고 봤다. 2015년 3월 네이버 쇼핑 내 자사 오픈마켓의 노출점유율(PC기준)은 12.68%였지만 2018년 3월 26.20%로 올라선 반면 다른 오픈마켓의 점유율은 -1.37%~-3.87%포인트 감소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네이버의 행위는 경쟁사업자인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을 차별한 동시에 위계에 의한 경쟁자의 고객을 끌어들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은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내용이나 거래조건 등에 대해 고객을 오인시켜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네이버 비교쇼핑에서 삼성TV를 검색한 결과. 하단에 N페이가 표시된 상품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된 상품이다.
네이버TV에만 검색 우선 노출 기준 알려줘

동영상 분야 혐의 역시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인 네이버TV를 우선 노출한 혐의가 문제가 됐다. 네이버는 검색알고지름을 개편하면서 ‘키워드 입력 가이드’를 만들고 네이버 TV 사업부서에 알려줬다. 반면 네이버는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 등에 키워드 중요성뿐만 아니라 알고리즘 전면 개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여기에 네이버TV 테마관을 만들어 네이버TV 플랫폼을 활용한 동영상에는 직접적으로 가점을 부여해 우선 노출시켰다. 양질의 콘텐츠를 입점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공정위는 네이버TV 플랫폼을 쓴 동영상만 가점을 받아 테마관에 입점할 수 있고 경쟁 동영상은 품질이 좋더라도 가점을 받지 못해 입점할 수 없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 역시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라고 판단하고, 정액과징금 2억원을 부과했다.

심판정 출석한 한성숙 대표 “검색품질, 다양성 향상 차원” 호소

네이버측은 심의 과정에서 검색 품질 향상 및 콘텐츠 다양성 차원에서 알고리즘을 개편한 것이지 특별히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동영상 분야 거래상 지위 남용 심의장에 직접 출석해 “검색 품질 향상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알고리즘 변경을 한 노력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특히 쇼핑 분야의 경우 직원들이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스마트스토어를 우대해다는 증거자료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사 서비스 우대를 위한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향후 네이버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시장 획정부터 위계의 판단 여부 등이 쟁점이 제기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은 비교쇼핑과 오픈마켓은 구분이 없이 소비자가 구매를 하기 때문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위계 역시 적극적으로 사기 등을 한 행위여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위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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