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구글이 결국 구글플레이의 모든 앱들에게 인(in)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물리기로 했다. 국내 업계와 정치권의 비판이 비등한 상황 속에서도 구글이 관련 정책을 강행하면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28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 공지를 통해 “개발자들이 판매하는 디지털 재화는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글은 현재까지는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를 게임분야에만 적용해왔다.
구글 정책의 공식 적용 시점은 다음 해 1월 20일이다. 다만, 구글은 기존 앱에는 ‘결제 시스템 통합에 필요한 기술적 작업’ 등을 이유로 다음 해 9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신뢰할 수 있는 보안 강구 시스템서 결제”
구글코리아는 29일 오전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1시간 전에야 공지가 전달됐을 만큼 급하게 이뤄졌다.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이 자리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 얻는 수수료 30%는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향후 1년간 1억달러(한화 약 1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당근책’과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자신들의 결제시스템 덕분이라는 다소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주장도 내놨다.
구글은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K-reate(크리에이트)’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구글플레이가 국내에서 올린 매출만 약 5조 9996억에 달하는 상황에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발표는 여론 달래기용 생색내기 수준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코치카 총괄은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앱콘텐츠 개발사에 1억달러 상당 투자를 하겠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개발자를 치하하고 다른 개발자와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구글은 K-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 규모의 웹소설, 웹툰, 이북 유통사를 포함해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를 대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글로벌 진출 관련 컨설팅, 글로벌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K-콘텐츠’ 산업의 저변 확대 및 콘텐츠 다양성을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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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초석도 자신들의 인앱결제 시스템 덕분이었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장도 내놨다.
코치카 총괄은 “카카오의 픽코마나 네이버의 라인망가 성공은 구글 결제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일본의 규제 요건을 맞추기 위한 별도 결제시스템을 자체 구축할 필요 없이 안전한 결제 환경을 일본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위반될 가능성과 향후 법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입장만 나타냈다.
코치카 총괄은 관련 질의에 “항상 모든 국가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 당국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국내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여당 소속 홍정민·한준호 의원 등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별 매출액 현황에서 구글플레이는 지난해 5조 9996억원을 기록해 전체 63.4%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애플앱스토어의 24.4%(2조 3086억 매출)나 원스토어의 11.2%(1조 561억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로 그만큼 국내 생태계에 구글 정책 변경이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