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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말미에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검찰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전에 언론에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으로 대표연설 직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고심 끝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며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작심 발언에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민주당은 박수갈채를 쏟아냈고, 국민의힘은 야유를 보냈다. 여당에서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자 이 대표는 연설을 잠시 멈추고 여당 의원들을 향해 눈을 흘기기도 했다.
이 대표의 결단을 두고 비명(非이재명)계에서도 화답했다. 한 수도권의 비명계 의원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먼저 공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본인을 위한 일이라지만 지금으로선 민주당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도 “교섭단체 연설이긴 했지만 결국 비명계를 향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배경을 묻는 말에 “정쟁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되고, 당이나 정치의 집단들의 이익이 아니라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할 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발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민주당 사람들을 다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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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1만여 자 분량 연설의 절반을 ‘윤석열 정부 1년’ 비판에 할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며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등에 대한 분야를 나눠 조목조목 대(對)정부 직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민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한마디로 5포(抛) 정권, 국민포기 정권”이라고 질책했다.
특히 이 대표는 민생·경제 위기와 관련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 의지를 거듭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물가지원금(11조원) △주거안정 지원금(7조원)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구축(4조4000억원) 등 추경 항목별 소요예산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에 편향된 외교로 대중(對中) 관계가 악화된 것을 우려하며 외교정책 전반의 수정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외교는 진영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이자 생존 문제”라며 “한미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할 일이 많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전략적 자율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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