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된 美대선…해리스, 가상대결서 트럼프 앞섰다

해리스, 자신의 대선후보 데뷔무대로 위스콘신 밀워키 선택
트럼프를 '과거' 자신을 '미래'로 빗대며 비판
트럼프 캠프, '해리스=바이든'이라고 공격
"해리스 지지율 상승, 허니문 효과…반짝하고 끝날 것"
  • 등록 2024-07-24 오후 2:32:52

    수정 2024-07-24 오후 7:16:03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주자가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면서 기울어졌던 저울 추가 다시 돌아오는 모양새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등극한지 하루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리스 허니문’이라고 부르며 평가절하했다.

해리스, 대선후보 이틀만 오차범위 안 ‘선두’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1018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날부터 이날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42%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우세했으며 15~16일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의 동률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오차 범위내서 해리스 부통령이 조금 앞서고 있는 것이다.

제3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대결의 경우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해리스 부통령 42%, 트럼프 전 대통령 38%,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8%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의 56%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정신적으로 명석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78)에 대해서는 49%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그의 ‘고령리스크’를 부각해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살 가까이 어린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고등학교에서 유세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AFP)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후보로서의 데뷔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첫 대선 유세 장소로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선택했다. 밀워키는 선거 향방을 좌우할 주요 경합주(州) 중 한 곳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지명을 수락한 곳이기도 하다.

밀워키의 교외지역인 웨스트 엘리스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비욘세의 ‘프리덤’에 맞춰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날 집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기 전에 계획된 것이지만, 유세 장소는 변경됐다. 해리스캠프 대변인인 케빈 무노즈는 “약 3000여명이 모일 것”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유세현장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약 17분 동안 진행한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을 ‘미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거’로 묘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사람이 그저 살아갈 기회가 아니라 앞서 나갈 기회가 있는 미래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며 “어느 아이도 빈곤 속에서 자라지 않고, 모든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노인이 존엄하게 은퇴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했다. 아울러 저렴한 의료와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후퇴시키고 싶어한다”며 “자유, 연민, 법치주의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 두려움, 증오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에 지지자들은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꺼야”라고 외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직 검사였던 자신의 이력을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그는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약탈자, 소비자를 바가지 씌우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긴 사기꾼 등 모든 사람을 상대해봤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그를 가두라”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외쳤던 구호이기도 하다.

트럼프 “해리스 토론하자”…선거자금 계승 ‘딴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포인트를 해리스 부통령과 연계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주최한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그녀(해리스)와 토론하길 원한다”면서 “그들(바이든과 해리스)은 똑같은 정책이기 때문에 그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의 트리거가 됐던 TV토론이 치러지고 나면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 역시 끝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통화 대부분을 해리스 부통령의 이민 및 국경정책을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펼칠 때 핵심으로 삼았던 문제를 해리스 부통령과 연계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직을 수락후,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가르키고 있다.(사진=AFP)
트럼프 캠프는 연방선거위원회(FEC)에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해리스 캠프의 선거자금을 이어받는 것에 대해 문제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 변호사 데이비드 A. 워링턴은 FEC에 보낸 서한에서 “일요일까지 바이든은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해리스는 실제로 어떤 후보 자격도 없었다”며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선거자금 위반을 위원회를 이용해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공식적인 민주당 후보가 되기 전 사퇴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다만 바이든·해리스 캠프의 이름으로 들어온 선거자금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이를 승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C가 조사에 나서든 기각을 하든, 기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캠프의 문제 제기가 11월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 측 여론조사원 토니 파브리치오는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가 일종의 ‘허니문 효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 배포한 메모에서 “주류 언론의 해리스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긍정적일 것이며 이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민주당 및 민주당 진영의 일부를 활기차게 할 것”며 “이것은 해리스의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여론조사를 보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여론조사가 변화하고 해리스가 당 지지기반을 더 공고하게 할 수 있으나 그녀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다른 후보로 교체하더라도 경제, 인플레이션, 범죄, 국경개방, 주택비용, 외국 전쟁 등 유권자들의 불만을 가라앉히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있다”면서도 “해리스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것은 지난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가 얻고자 했던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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