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준설 외면 등 소극적 치수정책, 홍수 피해 키웠다

최근 기후변화로 기록적폭우 일상화…대전 143.5㎜ 기록
2011년부터 수생태계 훼손 등 이유 하천준설 10년째 멈춰
전문가들 “홍수 피해 막기 위해 퇴적토 걷어내는 준설 必”
  • 등록 2024-07-29 오후 3:38:11

    수정 2024-07-29 오후 6:50:04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를 비롯해 충청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로 수해가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간 자연재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대전에서도 수해 피해가 늘고 있지만 치수(治水)를 위한 하천 준설은 환경 등의 이유로 지난 10년간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9~10일 내린 집중호우로 상부 슬래브가 일부 침하된 대전 유등교.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유등교는 상하부 모두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시와 충남도, 기상청, 금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지난 9~10일 대전지역(정림)에 시간당 143.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대전지역 내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 금강홍수통제소 관측소 14곳 중 10곳에 경계단계가 발령됐다. 당시 가수원교와 복수교, 용촌교, 한밭대교 등의 경우 제방 유실 및 월류 상황에 대비하는 심각단계까지 치솟기도 했다. 충남 남부에도 200~300㎜의 많은 비가 내린 것은 물론 충청권 곳곳에서 시간당 강수량 100㎜ 안팎을 기록했다. 100~200년에 한번 내릴까 말까 한 폭우가 일상화 됐지만 치수 대책은 이 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하천 관리는 10년째 멈춘 상태다. 대전의 경우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을 중심으로 준설이 시급한 곳이 수십여곳 이상이지만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하천 퇴적토 등에 대한 준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천엔 토양 및 폐기물이 쌓이며 바닥은 높아지고, 수량은 점진적으로 줄어 집중 호우에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올해 3대 하천 6개 공구 16개 지점에 대한 퇴적토 정비를 실시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사토(모래 섞인 흙) 처리 문제로 공사 구간을 일부 축소했다. 대전시 한 고위 관계자는 “수년간 하천에 쌓인 모래가 썩어 판매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사업비가 부족해 준설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올해 공사를 하지 못한 구간을 포함해 모두 33개 지점에 대한 준설 공사를 내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토목 관련 전문가들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하천 정비의 핵심 개념은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물이 넘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물을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물이 흐르는 길, 즉 ‘통수단면’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제방을 쌓고 하천의 바닥인 하상의 퇴적토를 걷어내는 준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비 지원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대전시가 추진 중인 지방하천 재해예방사업은 총사업비 2146억원을 전액 시비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비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도 “기후변화로 전국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수해 예방을 위한 정비 사업 지원의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의 환경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대규모 준설은 홍수 예방 효과가 전혀 없다”며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준설보다 하천 흐름을 방해하는 횡단구조물부터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9~10일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에서는 서구 용촌동 등 주택 27채가 침수됐고, 도심을 관통하는 유등교가 내려앉으면서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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