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도 때문에 주식 손해”…수리기사 살해한 50대 男

119에 “응급차를 보내달라"며 목격자 행세
"먼저 병원 이송해달라" 요청…피해자 사망
피해망상으로 인한 우발적 범행 주장하기도
  • 등록 2024-10-25 오전 10:57:22

    수정 2024-10-25 오전 10:57:22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7년 전 발생한 인터넷 수리기사 사망 사건의 범인이 수리를 요청한 고객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인터넷 속도 때문에 주식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수리기사를 살해했다.

인터넷 수리기사에게 위해를 가한 후 목격자 행세를 하고 있는 50대 남성.(사진=JTBC 사건반장)
2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수리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수리기사는 수리를 요청한 50대 고객 권 씨의 집에 들어갔다가 둔기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결국 숨졌다.

범인은 권 씨였다. 그는 인터넷 속도 개선을 위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수리기사의 뒤통수를 둔기로 가격했으며 목과 복부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수리기사와 함께 집 밖으로 나온 권 씨는 “응급차를 보내달라. 도와달라”고 119에 신고 전화를 하며 목격자 행세를 했다.

당시 수리기사는 배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그러나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권 씨는 “나도 다쳤다. 먼저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권 씨는 수리기사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으며, 수리기사는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권 씨는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권 씨는 “일단 병원에 옮겨달라”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병원으로 이동한 뒤 권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권 씨의 범행 동기는 인터넷 속도였다. 그는 “인터넷 속도 때문에 주식 손해를 봤다”며 “7년 전부터 해당 업체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날 누가 오든지 일을 해치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권 씨는 피해망상 증세도 보였다. 그는 “과거 다른 수리기사가 방문했을 때 내 컴퓨터를 느리게 하려고 칩을 씹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리기사가 속도 측정을 위해 컴퓨터에 기계를 부착한 것을 오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망상으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권 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 씨는 긴급체포 전 병원 입원을 통해 구속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짐을 미리 싸두거나, 도피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도 일주일 전부터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사망한 수리기사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권 씨는 수리기사가 먼저 폭행했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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