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가을철 사마귀가 아스팔트 도로에서 떼죽음을 당했다면 기생충인 ‘연가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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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연가시는 사마귀를 조종해 물가로 이동, 물에서 번식을 한다. 하지만 현대 환경에서는 물가가 아닌 아스팔트로 뛰어드는 사마귀가 많은데,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빛이 수면에 반사되는 빛과 비슷해 연가시도 착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21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사토 타쿠야 교토대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미국립과학원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 연가시에 감염된 사마귀가 물가가 아닌 도로로 향하는 이유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이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연가시가 사마귀 내부에서 유전자를 탈취하고, 그 유전자를 바탕으로 사마귀를 물가로 인도해 빠져 죽게 만드는 ‘유전자 수평 전달’이 일어났다고 봤다.
| (사진=PNAS 넥서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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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속 연구에서는 왜 사마귀가 물가가 아닌 아스팔트 도로로 향해 뛰어드는지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연가시에 감염된 사마귀는 수면에서 반사되는 빛에 이끌린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스팔트 도로가 물가와 비슷하게 빛 반사를 생성해 이러한 특성이 연가시에 감염된 사마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빛은 보통 다양한 각도와 방향으로 반사되지만 수면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빛이 치우치는 ‘편광’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연구팀은 아스팔트 역시 수면과 거의 비슷하게 수평 편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감염된 사마귀들이 아스팔트와 시멘트 도로 중 아스팔트에 대부분 모여드는 현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아스팔트에서 채취한 사마귀 184마리를 조사한 결과, 이 중 80% 이상의 사마귀에게서 연가시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연가시는 생존을 위해 사마귀를 조종하도록 진화했지만 아스팔트 도로가 늘어나는 환경의 변화로 반대로 생존에 불리한 상황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