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억에 산 바나나, 먹을 것" 서울대생도 먹은 이 작품 뭐길래

마우리치오 카텔란 화제작 '코미디언'
美경매서 예상가 20억 뛰어넘은 87억원에 낙찰
7분만에 중국 자산가가 낙찰..."바나나 먹을 것"
  • 등록 2024-11-21 오후 1:33:51

    수정 2024-11-21 오후 1:33:51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진짜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예술 작품이 미국 경매에서 예상가인 2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87억원에 팔렸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은 수년 전 평범한 바나나가 12만 달러(약 1억 6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는데, 이보다 몸값이 더 뛴 것이다.

리움미술관에 전시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사진=리움미술관).
21일 뉴욕타임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미디언’은 전날 세계 1위 경매사 소더비 뉴욕 지부에서 입찰 경쟁이 시작돼 약 7분여 만에 624만 달러에 판매됐다. 한화로는 약 87억 2164만원으로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코미디언’은 바나나 한 개를 회색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 둔 설치 미술로, 지난 2019년 카델란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설치된 바나나는 2~3일에 한 번씩 신선한 바나나로 교체되는 식으로 전시된다.

이 작품은 총 3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중 두 작품은 개인 수집가에 각 12만 달러(1억 6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코미디언’은 추정 낙찰가가 최대 20억원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입찰에서 수집가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리면서 예상가를 뛰어넘은 87억원에 팔렸다.

‘코미디언’을 사 간 자산가는 중국 국적의 가상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으로 알려졌다. 저스틴 선은 덕트 테이프 한 롤, 바나나 한 개, 진품 인증서 그리고 작품 설치를 위한 공식 안내서를 받게 된다. ‘코미디언’은 물리적인 재료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 전시마다 바나나가 교체된다.

저스틴 선은 소더비 경매에 보낸 성명을 통해 “나는 이 작품이 미래에 더 많은 생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예술사와 대중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기리는 방식으로 바나나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디언’은 지난 2019년 첫 선을 보일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작품이 공개된 마이애미 아트 페어에는 관광객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는데, 당시 한 행위예술가가 설치된 작품을 벽에서 떼어 먹어버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당시 이 행위예술가는 자신의 행동이 예술일 뿐, 기물 파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서울 용산구의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코미디언’을 한 서울대 미학과 재학 중인 학생이 먹어버린 것이다. 당시 이 학생은 바나나를 먹고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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