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국에 무력행사 불사 시사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대선 승리 후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인지 묻는 기자에게 “두 사안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
그는 캐나다와의 국경을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이라고 표현하면서 캐나다의 미국 편입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매년 캐나다를 보호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캐나다와의 교역에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캐나다에 경제적 강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현재 2배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 남동부에 가까운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칸만’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어림없어”·“매물 아냐”…불만 표출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취임 첫날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튀르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마러라고 리조트를 직접 찾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조롱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현지 인터뷰에서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 국민들이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며 앞으로도 판매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도 그린란드 매입을 일방적으로 주장해 덴마크와 외교 갈등을 빚었다. 당시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 이를 거부했고, 프레데릭센 총리는 당시 트럼프의 제안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광물, 석유 등 천연 자원 등 상업적 이익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 매입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그린란드 야욕, 푸틴과 다를바 없어”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는 오랫동안 과격한 수사를 협상과 입지 강화의 도구로 활용했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소속인 대니얼 프리드 전 주폴란드 미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을 ‘영토 확장을 원하는 19세기 제국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장악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면서 ”나토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영토 확장주의’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견해가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가 영토 확장을 즐기는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미국 외교 정책에 임하고 있다“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고립주의로 정의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국제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적 외교노선을 의미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고립이 아닌 영향력 확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선거 공약과 달리 마치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위협“이라고 이날 기자회견을 평하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은 외교 문법에서 벗어난 뻔뻔한 국수주의로 규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