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 곳곳에서 의무공개매수(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배지분 매입 가격과 유사한 수준에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통한 사모펀드(PEF)운용사발 상장폐지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르면 스웨덴에서도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 사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의 한 사모펀드운용사가 특정 기업을 공개매수하기 위해 관련 기업 주요주주들로부터 72.5% 규모의 의결권을 확보하면서다.
| OEM인터내셔널 사옥.(사진=OEM인터내셔널 ESG 보고서 갈무리) |
|
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이자 유럽 최대 사모펀드운용사인 EQT파트너스는 유럽 최대 산업용 부품 유통사인 ‘OEM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OEM인터내셔널은 북유럽 최대 산업용 부품 유통업체로, 400개의 글로벌 기업에 6만 개 이상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EQT파트너스는 최근 OEM인터내셔널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OEM인터내셔널의 인수제안가로 14억달러(약 1조 9313억원)를 제시한 상태다. 이는 주당 약 10.26달러 수준으로, 지난 월요일 종가 대비 12% 할인된 가격이다. 시장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에 누가 팔쏘냐 싶지만, EQT는 스웨덴 자본시장법에 기인해 이같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웨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수주체가 특정기업 주요주주의 의결권 90%를 확보할 시 나머지 주주에게 특정 인수가(통상 주요주주들에게 제시한 가격과 동일한 가격)로 주식을 매각하도록 강요, 특정기업을 상장 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주요주주들의 지분이 26%임에도 이를 강행할 수 있는데에는 스웨덴의 차등의결권 주식제도가 큰 몫을 한다. 차등의결권이란 상장사의 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방어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웨덴의 주식회사들이 발행하는 주식 종류에 따라 1주당 의결권 비중에서 차이가 나는데, A주는 B주에 비해 통상 10배의 의결권을 가진다. 투자사의 입장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활용할 시, 투자액에 비해서 훨씬 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반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OEM인터내셔널 독립입찰위원회는 별도 성명을 내고 “재정적 관점에서 공정하지 못한 가격”이라며 나머지 주주들에게 “관련 제안을 수락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이번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나머지 주주들이 주요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주식을 매각할 것인지 생각할 기로에 놓였다”며 “이번 공개매수 결과를 단언할 순 없으나, 거래를 진행하기 위한 승인 임계값이 없기 때문에 상장폐지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