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논알코올’(Non-Alcohol) 맥주 수요가 늘고 있다. 주로 운전이나 건강 등을 이유로 술이 아쉬울 때 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을 내기 위해 찾는데, 성인 음료지만 논알코올이라면 자가용 등 운전을 하면서 마셔도 음주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무더운 여름철 운전을 하다가 더위와 답답한 교통 체증을 떨쳐 버릴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서 논알코올 맥주를 마셨다. 이 경우 아직 명확한 판례 등 기준은 없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 법리적 측면에서는 음주 운전이거나 위법 사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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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알코올 맥주는 엄밀히 말해 맥주맛 탄산음료다 보니 섭취 시 음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따라서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며 갈증을 달래기 위해 흔하게 마시는 물과 음료수, 커피 등 일반 음료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운전하며 다른 음료 대신 논알코올 맥주를 마셔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예 알코올이 없는 무알코올이 아닌 극소량의 알코올을 포함한 비알코올 음료의 경우 판단의 여지가 있다. 어쨌든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갈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실상 법적으로 제재 받는 음주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음주 운전 여부의 최소 기준이 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3%’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적으로 맥주 500㏄(㎖) 한 잔(알코올 함량 약 4.5% 기준)을 마시면 1시간 이내에 도달하는 농도로 알려져 있다. 이를 초과하면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 심할 경우 벌금과 징역 등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주요 논알코올 맥주맛 음료 중 무알코올 음료는 하이트진로 ‘하이트제로0.00’(330㎖, 알코올 함량 0%)와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330㎖, 0%) 등, 비알코올 음료는 오비맥주 ‘카스 0.0’(330㎖, 0.05% 미만), ‘칭따오 논알콜릭’(500㎖, 0.03%), ‘하이네켄0.0’(500㎖, 0.03% 미만), ‘버드와이저 제로’(500㎖, 0.03% 미만) 등이 있다.
알코올 도수 0.03% 비알코올 맥주를 기준으로 해도 음주 운전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3%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명이 1시간 안에 무려 150캔(약 75ℓ)를 마셔야 한다. 그전에 배부름과 방광의 압박에서 포기하게 될 테니 사실상 논알코올 맥주로 운전이 금지되는 수준으로 취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논알코올 맥주뿐 아니라 기타 일반 음료와 음식, 가글(구강청결제) 등에도 알게 모르게 극소량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인지해 모든 것은 과하지 않는 게 좋고 무조건 괜찮다는 식의 맹신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2년 13억원 수준에서 10년 새 15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전체 맥주 시장(약 3조원)에 비해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오는 2025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이 논알코올 맥주 음용 경험이 있는 전국 2030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오픈서베이 결과 10명 중 7명(66.4%)은 월 1회 이상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빠르게 커져가는 상황에서 성인 음료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당장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합리적 판단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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