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2분기 영업익 '반토막'…한파 몰아치는 배터리업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크게 악화했다. K-배터리의 주력 시장이었던 유럽 지역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원재료인 메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하반기 이후로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8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57.6% 큰 폭 감소했다. 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판매가 늘면서 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북미 지역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포함했을 때 전기 대비 24.2% 개선됐다.

IRA 보조금은 전기 대비 137% 증가한 4478억원이다.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2525억원으로 사실상 적자를 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 AMPC는 1889억원으로 세액공제 금액을 제외했을 때 영업손실이 31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북미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보조금 의존도가 더 높아진 셈이다.

IRA 보조금이 증가한 것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고객사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제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1분기 가동을 시작한 GM과의 합작법인 미국 테네시 얼티엄셀즈 제2공장 양산과 출하가 개시되면서 물량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 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 메탈 가격 하락 ‘삼중고’를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SDI(006400)와 SK온도 같은 이유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3728억원, 영업이익 3805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조8406억원·영업이익 4502억원) 대비 각각 8%, 16% 감소가 예상된다. 2021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2분기에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SK온의 흑자 전환 시점을 이르면 오는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주요 완성차(OEM) 업체들의 신규 전기차가 출시되는 하반기 들어서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와 기아, 볼보, BMW 등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는 하반기 위축된 전기차 시장에 10여종에 이르는 신차를 경쟁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모델 출시가 확대되면서 상반기 대비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리튬·니켈 등 주요 원재료인 메탈 가격이 하향 안정화에 돌입하면서 실적에 미치는 충격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추세와 같이 메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배터리 기업은 높은 가격에 구매한 원재료로 만든 배터리 제품을 낮은 가격에 내놔야 하는 탓에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효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업계는 올해 하반기 2차 상승 사이클을 맞기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며 “업황의 1차 핵심 지표인 리튬·니켈 가격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관리는 여전히 필요하고 단기 진통이 있겠지만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별 실적 추이.(자료=LG에너지솔루션)